武者プルーン은 단순 시리어스에서만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많이 내주어서 좋은 서클이라고 봅니다. 이번 작품만 해도 해석될 여지가 정말 많지요.
가령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구도는 레이무와 마리사의 갈등과 그 해소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작품을 이끄는 주체는 마리사이므로 마리사 위주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마리사의 내적 갈등이 레이무와의 관계에서 폭발해버림으로써 마리사 개인이 지닌 심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리사는 전화기가 되어버린 레이무를 태우고 장례식장으로 갑니다. 그런데 고인은 사실 어릴 적의 마리사와 아는 사이였는데, 레이무에겐 통지가 오고 마리사에겐 오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마리사의 발언과 레이무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겠는데, '레이무는 요괴를 마구잡이로 퇴치하지만 인간과의 사회관계에도 참석할 능력이 있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마리사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고 보입니다.
마리사는 사회적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을 수 없으나 레이무는 무대에 설 수 있다, 이는 마리사가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된 것에 반해 레이무는 그렇지 않는다는 차이로 연결됩니다. 그 차이는 레이무가 요괴퇴치라는 천직(=인간들에게 용납되는 일)을 잘 수행하고 있음에 반해 마리사는 스스로 인간사회를 박차고 나온 '탕아'라는 것에서부터 나타납니다.
마리사가 왜 스스로 인간사회를 뛰쳐나와 마법의 숲에 들어가 살게 되었지요? 유성우를 구경한 것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었죠. 마리사는 언제나 화려함, 강렬함, 파워 등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마리사라는 캐릭터가 지니는 '본질'이죠. 아니, 아, 정확히 말하면 '지향점'이라 불러야 할지 모릅니다. 마리사의 '본질'은 레이무와 대비되는 노력파, 일반인, 뭐 그런 거니까요. 마리사는 그러한 레이무에게 언제나 열등감을 품어오고 있었습니다. 그건 공식설정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그 열등함을 '사회적 관계'에서 끌어오고 있습니다.
마리사가 레이무를 '하쿠레이?'라고 부른 것은 그런 점을 비꼰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마리사의 성은 '키리사메'인데, 이 '키리사메'는 마법을 추구하는 마리사에의 걸림돌에 불과했고, 결국 마법을 배우기 위해 버려야 했던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무의 '하쿠레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의미를 지니지요.
레이무는 마리사에게 '상복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탄막놀이 같은 건 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에서 상복이란 장례식, 즉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레이무의 걱정거리는 그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런 요구를 씹어버리고(…) "귀찮다!"를 외치며 연부 마스터스파크를 날리지요. 이는 마리사의 본성을 표출한 것입니다. 저는 이 뒤에 연결되는 "이제야 조용해졌군"을 마리사의 카타르시스(배설排泄을 통한 정화淨化)로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본성에 충실해짐으로써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심적 고뇌를 끝내버린 뒤 찾아온 평온함이라는 것이죠.
마스파 직후 레이무는 전화기에서 돌아옵니다. 마리사 눈에만 레이무가 전화기로 보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전화기가 소통의 일시적인 단절을 뜻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목소리는 분명 전해지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레이무의 요구와 마리사의 응답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목소리만으로 충분하지만, 면대면 대화가 아니라는 제한이 있죠. 마리사가 "나는 내 본성대로 살 거다"라는 걸 분명히 한 직후 돌아왔다는 점에서, 마음을 닫았던 레이무가 마리사에게 양보를 한 것 같습니다. "너에게만은 하쿠레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라는 대사는 레이무가 마리사와의 사이에서 원하는 관계의 형태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인요人妖들에게 레이무는 '하쿠레이의 무녀'로 여겨지지만, 그런 제약 없이 '레이무'로만 지칭되고 싶은 유일한 대상이 바로 마리사라는 겁니다.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상복을 잃어버린 레이무가 마리사와 옷을 바꿔입고 장례식에 참가한 겁니다. 마리사의 옷은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된 이유, '마법사의 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녀의 옷'을 입은 '하쿠레이의 무녀'가 사회적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은 마리사를 배척하는 인간들에의 간접적인 반항이라고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것이 지나치게 비약된 추정이라 해도, 어쨌든 레이무가 마리사의 대리인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러니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 작품의 제목은 <어찌하여 검은 옷은 별하늘을 감싸는가>입니다. '검은 옷'과 '별하늘'의 조화는 당연히 마리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별하늘은 마리사의 내면, 화려하고 강렬한 것을 좋아하는 마리사의 본성을 나타냅니다.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검은 옷은 마리사가 선택한 외로운 길을 나타내는 '마녀의 옷'입니다. 만약 본 작품이 좀 더 비관적인 시각이었다면 제목이 '…가리는가'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마녀의 옷이 마리사의 본성을 가리는 꼴이 되니까요. 하지만 '…감싸는' 것은 가리는 것과 어감이 다릅니다.
Opium2012.09.23 22:12
이분 작품에는 님같은 해설가가 꼭 필요할것 같네요...
근데 검은옷이란게
그 떨어뜨린 레이무의 상복이 밤하늘을 덮는 컷이 있네요 꼭 마리사의 옷을 말하는게 아닌듯도 합니다.
Opium//근데 그러면 '~가리는가'가 되지 않나요? 물론 맑은 별하늘을 감싸고 있는 구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의이긴 하겠습니다만, 상복은 하늘을 감싸包む버릴 정도로 거대한 물체가 아닌지라;;
...?//위에서 말했듯이 '소통의 단절 내지는 제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면대면 대화가 아니라 목소리만 전달되는 중간매개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다만 마리사 위주의 해석에서 벗어나 레이무로까지 확장해보면 꽤 재미난 결과가 나옵니다. 레이무가 전화기가 되어버렸다는 건 레이무 스스로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물론 전화기가 발이 달려서 자기 혼자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감기에 걸려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신체적 문제와 엮는다든지 할 수도 있겠지만, 전화기의 특성상 목소리의 실제 주인(=실제 인격)은 '여기'가 아닌 어디 다른 곳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신변을 마리사에게 온전히 맡겨버릴 정도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레이무의 '태도'의 문제로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살인미수사건(…)을 포함해서 마리사의 "하쿠레이?" 한 마디가 레이무에게 상상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가져다 준 모양입니다. 감기에 걸려 그 충격이 증폭되었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레이무는 '낙원의 멋진 무녀'이며, 동료도 적도 설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평등주의자입니다. 물론 이는 아무리 강력한 요괴와도 비견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완벽성은 세계관 내의 인물들과는 별개로 세계관 외의 '컨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장해가 됩니다. 이는 2차창작에서 '깡패무녀''빈곤무녀'처럼 어떠한 인간성을 부여하려는 경향으로 드러나게 되고, 심지어 원작자인 ZUN마저도 성련선(정확히는 풍신록)부터 그러한 움직임을 반영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본 작품에서는 그러한 완벽성 뒤에 숨겨진 레이무의 약점을 건드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타의 2차창작물들이 레이무에게 인간성을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전혀 부여하지 않으려는 것과는 다르게 한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극단적인 평등성이 극단적인 편중성(마리사에의 집착)으로 연결되었다는 겁니다. 마리사의 "하쿠레이?"라는 짤막한 발언만으로 살인을 시도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은, 감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으리라는 것 역시 감안하더라도 레이무의 멘탈이 의외의 방향에서 상당히 나약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죠. 물론 이는 공식설정과는 무관합니다. 레이무가 마리사를 특별대우하진 않지요. 레이무에게 있어서 마리사는 그냥 별난 지인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위의 해석이 전부가 아님을 확실히 해두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요괴살해자 주제'에 '인간님의 죽음을 기리는 행사'에는 참가하는 거냐"는 식의 마리사의 폭언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위치 때문에, 또한 요괴들에게 대항할 정도의 상당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당함으로써 레이무의 본질인 평등성이 위태로워졌고, 그에 대한 자기방어적 심리가 발동했으리라는 일련의 예상까지 함께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위의 해석을 해둔 까닭은 다름아닌 레이무 본인이 작중에서 "하쿠레이가 아니라 레이무라 불러달라"고 마리사에게 직접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하쿠레이?"에 한정해서 해석하자면 레이무와 마리사 간의 오묘한 관계, 그리고 레이무 개인의 멘탈 문제로 연결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그게 레이무를 폭주하게 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으리라는 예상 역시 곁들여야 작품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 동방 신작은 풍신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 시스템 자체가 상당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ZUN이 동방의 세계관과 스토리성, 캐릭터성 등에 보다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죠. 레이무라는 캐릭터의 변화 역시 그 일부입니다. 이전까지는 이변이 발생해야만 움직이던(심지어 요요몽 때는 춘설이변이 확실해졌는데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던;;) 레이무가 사나에의 도발을 듣고 사적인 이유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볼 때,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평면적인 조정자 역할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리 확 드러나는 변화가 아니라 그러려니 하더라도, 성련선 때는 빈곤무녀 속성이 드디어 완전 공식화되었다는 충격과 공포가…….
레이무는 요괴를 마구잡이로 퇴치할 정도의... 그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의
네임밸류 + 사회적 관계가 있지만,
마리사는 인간 마을에서는 버려진, 없는 사람 취급이로군요.
마리사는 그런 데에서 어떤 열등감 비스무리한걸 느낀걸까요...
하지만 레이무 또한 인간의 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하쿠레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레이무가 '하쿠레이'가 아니었다면 마리사랑 별반 다를게 없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_-;
레이무를 '하쿠레이'가 아닌 그냥 레이무로서 봐주는 자는 마리사 하나 뿐이다, 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결론에 비약이 있으려나요. ㅎㅎ;
ㅁㄴ2012.09.25 08:12
인생의별빛님이 레이무가 마녀의옷을 입고 가는 것이 인간사회에 대한 반항이라고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레이무가 일부러 상복을 떨어트리네요
계속 올라오니 기쁘기 짝이없구나 감사합니다
오호..ㅋㅋㅋ
오늘 무슨 날인가
마레는 역시 왕따.
초반의 전화기는 무슨의미인가요..?
그냥 맥거핀?
굿 잘봤습니다
역시 레이무와 마리사는 좋은 친구, 라는 느낌.
조금 슬픈 맛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요. 이건.
武者プルーン은 단순 시리어스에서만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많이 내주어서 좋은 서클이라고 봅니다. 이번 작품만 해도 해석될 여지가 정말 많지요.
가령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구도는 레이무와 마리사의 갈등과 그 해소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작품을 이끄는 주체는 마리사이므로 마리사 위주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마리사의 내적 갈등이 레이무와의 관계에서 폭발해버림으로써 마리사 개인이 지닌 심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리사는 전화기가 되어버린 레이무를 태우고 장례식장으로 갑니다. 그런데 고인은 사실 어릴 적의 마리사와 아는 사이였는데, 레이무에겐 통지가 오고 마리사에겐 오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마리사의 발언과 레이무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겠는데, '레이무는 요괴를 마구잡이로 퇴치하지만 인간과의 사회관계에도 참석할 능력이 있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마리사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고 보입니다.
마리사는 사회적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을 수 없으나 레이무는 무대에 설 수 있다, 이는 마리사가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된 것에 반해 레이무는 그렇지 않는다는 차이로 연결됩니다. 그 차이는 레이무가 요괴퇴치라는 천직(=인간들에게 용납되는 일)을 잘 수행하고 있음에 반해 마리사는 스스로 인간사회를 박차고 나온 '탕아'라는 것에서부터 나타납니다.
마리사가 왜 스스로 인간사회를 뛰쳐나와 마법의 숲에 들어가 살게 되었지요? 유성우를 구경한 것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었죠. 마리사는 언제나 화려함, 강렬함, 파워 등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마리사라는 캐릭터가 지니는 '본질'이죠. 아니, 아, 정확히 말하면 '지향점'이라 불러야 할지 모릅니다. 마리사의 '본질'은 레이무와 대비되는 노력파, 일반인, 뭐 그런 거니까요. 마리사는 그러한 레이무에게 언제나 열등감을 품어오고 있었습니다. 그건 공식설정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그 열등함을 '사회적 관계'에서 끌어오고 있습니다.
마리사가 레이무를 '하쿠레이?'라고 부른 것은 그런 점을 비꼰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마리사의 성은 '키리사메'인데, 이 '키리사메'는 마법을 추구하는 마리사에의 걸림돌에 불과했고, 결국 마법을 배우기 위해 버려야 했던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무의 '하쿠레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의미를 지니지요.
레이무는 마리사에게 '상복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탄막놀이 같은 건 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에서 상복이란 장례식, 즉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레이무의 걱정거리는 그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런 요구를 씹어버리고(…) "귀찮다!"를 외치며 연부 마스터스파크를 날리지요. 이는 마리사의 본성을 표출한 것입니다. 저는 이 뒤에 연결되는 "이제야 조용해졌군"을 마리사의 카타르시스(배설排泄을 통한 정화淨化)로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본성에 충실해짐으로써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심적 고뇌를 끝내버린 뒤 찾아온 평온함이라는 것이죠.
마스파 직후 레이무는 전화기에서 돌아옵니다. 마리사 눈에만 레이무가 전화기로 보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전화기가 소통의 일시적인 단절을 뜻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목소리는 분명 전해지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레이무의 요구와 마리사의 응답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목소리만으로 충분하지만, 면대면 대화가 아니라는 제한이 있죠. 마리사가 "나는 내 본성대로 살 거다"라는 걸 분명히 한 직후 돌아왔다는 점에서, 마음을 닫았던 레이무가 마리사에게 양보를 한 것 같습니다. "너에게만은 하쿠레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라는 대사는 레이무가 마리사와의 사이에서 원하는 관계의 형태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인요人妖들에게 레이무는 '하쿠레이의 무녀'로 여겨지지만, 그런 제약 없이 '레이무'로만 지칭되고 싶은 유일한 대상이 바로 마리사라는 겁니다.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상복을 잃어버린 레이무가 마리사와 옷을 바꿔입고 장례식에 참가한 겁니다. 마리사의 옷은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된 이유, '마법사의 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녀의 옷'을 입은 '하쿠레이의 무녀'가 사회적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은 마리사를 배척하는 인간들에의 간접적인 반항이라고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것이 지나치게 비약된 추정이라 해도, 어쨌든 레이무가 마리사의 대리인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러니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 작품의 제목은 <어찌하여 검은 옷은 별하늘을 감싸는가>입니다. '검은 옷'과 '별하늘'의 조화는 당연히 마리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별하늘은 마리사의 내면, 화려하고 강렬한 것을 좋아하는 마리사의 본성을 나타냅니다.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검은 옷은 마리사가 선택한 외로운 길을 나타내는 '마녀의 옷'입니다. 만약 본 작품이 좀 더 비관적인 시각이었다면 제목이 '…가리는가'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마녀의 옷이 마리사의 본성을 가리는 꼴이 되니까요. 하지만 '…감싸는' 것은 가리는 것과 어감이 다릅니다.
이분 작품에는 님같은 해설가가 꼭 필요할것 같네요...
근데 검은옷이란게
그 떨어뜨린 레이무의 상복이 밤하늘을 덮는 컷이 있네요 꼭 마리사의 옷을 말하는게 아닌듯도 합니다.
이해 안갔었는데 님 댓글보고 조금은 알겠네요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래 이런 해설을 원했단 말이야.
정말 해석 잘하시네요, 덕분에 이해가 갔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전화기가 의미하는건 뭐죠?
Opium//근데 그러면 '~가리는가'가 되지 않나요? 물론 맑은 별하늘을 감싸고 있는 구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의이긴 하겠습니다만, 상복은 하늘을 감싸包む버릴 정도로 거대한 물체가 아닌지라;;
...?//위에서 말했듯이 '소통의 단절 내지는 제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면대면 대화가 아니라 목소리만 전달되는 중간매개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다만 마리사 위주의 해석에서 벗어나 레이무로까지 확장해보면 꽤 재미난 결과가 나옵니다. 레이무가 전화기가 되어버렸다는 건 레이무 스스로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물론 전화기가 발이 달려서 자기 혼자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감기에 걸려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신체적 문제와 엮는다든지 할 수도 있겠지만, 전화기의 특성상 목소리의 실제 주인(=실제 인격)은 '여기'가 아닌 어디 다른 곳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신변을 마리사에게 온전히 맡겨버릴 정도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레이무의 '태도'의 문제로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살인미수사건(…)을 포함해서 마리사의 "하쿠레이?" 한 마디가 레이무에게 상상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가져다 준 모양입니다. 감기에 걸려 그 충격이 증폭되었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레이무는 '낙원의 멋진 무녀'이며, 동료도 적도 설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평등주의자입니다. 물론 이는 아무리 강력한 요괴와도 비견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완벽성은 세계관 내의 인물들과는 별개로 세계관 외의 '컨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장해가 됩니다. 이는 2차창작에서 '깡패무녀''빈곤무녀'처럼 어떠한 인간성을 부여하려는 경향으로 드러나게 되고, 심지어 원작자인 ZUN마저도 성련선(정확히는 풍신록)부터 그러한 움직임을 반영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본 작품에서는 그러한 완벽성 뒤에 숨겨진 레이무의 약점을 건드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타의 2차창작물들이 레이무에게 인간성을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전혀 부여하지 않으려는 것과는 다르게 한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극단적인 평등성이 극단적인 편중성(마리사에의 집착)으로 연결되었다는 겁니다. 마리사의 "하쿠레이?"라는 짤막한 발언만으로 살인을 시도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은, 감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으리라는 것 역시 감안하더라도 레이무의 멘탈이 의외의 방향에서 상당히 나약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죠. 물론 이는 공식설정과는 무관합니다. 레이무가 마리사를 특별대우하진 않지요. 레이무에게 있어서 마리사는 그냥 별난 지인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위의 해석이 전부가 아님을 확실히 해두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요괴살해자 주제'에 '인간님의 죽음을 기리는 행사'에는 참가하는 거냐"는 식의 마리사의 폭언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위치 때문에, 또한 요괴들에게 대항할 정도의 상당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당함으로써 레이무의 본질인 평등성이 위태로워졌고, 그에 대한 자기방어적 심리가 발동했으리라는 일련의 예상까지 함께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위의 해석을 해둔 까닭은 다름아닌 레이무 본인이 작중에서 "하쿠레이가 아니라 레이무라 불러달라"고 마리사에게 직접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하쿠레이?"에 한정해서 해석하자면 레이무와 마리사 간의 오묘한 관계, 그리고 레이무 개인의 멘탈 문제로 연결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그게 레이무를 폭주하게 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으리라는 예상 역시 곁들여야 작품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 동방 신작은 풍신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 시스템 자체가 상당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ZUN이 동방의 세계관과 스토리성, 캐릭터성 등에 보다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죠. 레이무라는 캐릭터의 변화 역시 그 일부입니다. 이전까지는 이변이 발생해야만 움직이던(심지어 요요몽 때는 춘설이변이 확실해졌는데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던;;) 레이무가 사나에의 도발을 듣고 사적인 이유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볼 때,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평면적인 조정자 역할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리 확 드러나는 변화가 아니라 그러려니 하더라도, 성련선 때는 빈곤무녀 속성이 드디어 완전 공식화되었다는 충격과 공포가…….
넌 천재야
오오미..
뭔가 근사하신 말씀을 하시네요
오올?!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작품인가...
무리하지 마시길. 언제나 잘 보고 갑니다.
굉장히 문학적이고 함축적이군요;;
뭔가 심오한 느낌이
레이무는 요괴를 마구잡이로 퇴치할 정도의... 그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의
네임밸류 + 사회적 관계가 있지만,
마리사는 인간 마을에서는 버려진, 없는 사람 취급이로군요.
마리사는 그런 데에서 어떤 열등감 비스무리한걸 느낀걸까요...
하지만 레이무 또한 인간의 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하쿠레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레이무가 '하쿠레이'가 아니었다면 마리사랑 별반 다를게 없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_-;
레이무를 '하쿠레이'가 아닌 그냥 레이무로서 봐주는 자는 마리사 하나 뿐이다, 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결론에 비약이 있으려나요. ㅎㅎ;
인생의별빛님이 레이무가 마녀의옷을 입고 가는 것이 인간사회에 대한 반항이라고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레이무가 일부러 상복을 떨어트리네요
오늘도 마리사는 귀엽군여... 하아 마리사쨩...
레뭉이 무서워짐 ㅋ 더더욱
우울한 건 모두 파란 하늘에 묻어버려~☆
마스터 스파크와 함께 모든 번뇌를 날려버리는 마리사. 역시 쿨합니다.
그래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