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harias!] 蘇我屠自古は語らない 外伝 ~物部布都はかく語りき~
※약간의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편지1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당신의 남편입니다.
해 뜨는 곳의 천자이며, 불도의 전도자이며, 강권을 손에 쥔 위정자이며, 사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벅찬 보잘 것 없는 생물입니다.
그런 저 나름대로 아내인 당신을 위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봤습니다. 저번에 정무를 처리하는 사이에 생각난 것이 글자를 통한 제 마음의 정리였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원할까,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면 저 자신이 기쁠까. 아니면 그 반대로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보았습니다. 종이도 먹도 다 써버렸습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민초(民草)의 간원서도 이것보다 정연할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질서한 욕구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보고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저 자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타인의 본질적인 욕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멋대로 들려오는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면 원만한 관계를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반면, 제 쪽에서 다가가 누군가의 마음을 채워주려 하고, 그것이 완성된 적은 이 나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고 있었던 겁니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하지만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걸 당신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조금만 더 정리하면, 조금만 더 제 배경을 풀어놓는다면, 어쩌면 저라는 존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아마도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란 누구인가라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있어서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일단은 대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겠죠. 저 자신에게 답을 줄 수는 없어도, 당신 안에 저라는 존재의 답이 담겨있다면, 그건 무척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을 이야기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 편지에는 앞으로 저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경험이나 심리를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서 제 반생기(半生記)라고 생각해주세요. 가능한 당신과 관계있는 내용을 요약해나가려고 합니다.
당신은 아직 이 글을 읽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식인이라는 문제 이전에, 당신이 모르는 말로 가득하겠죠. 그러니까 저는 당신과 밤을 보낼 때마다, 이 글을 읽어주고, 또 다시 읽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없을 때도,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읽어주세요.
제가 만든 한시(漢詩)를, 당신이 읊고 있던 날부터, 저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카시와데노 미노이라츠메.
제가 사랑하는 아내. 가엽게도 제정신과 광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무구한 여자여.
같이 걸어가요. 같이 행복을 찾아요. 그리고 같이 인간이 되어요.
분명, 아직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말하게 해주세요.
당신은, 저입니다.
2 현실1
이 세계는 너무 밝다.
어둡게 꽉 닫힌 방에 붉게 흔들리는 등불을 피우고 무심하게 불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문득 마음에 떠오르자, 손이 멈췄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 내 마음의 일부분을 훌륭하게 메우는 조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손끝에 집중하는 동안 대체 몇 시간이나 지나버린 걸까. 불의 열기로 말라버린 눈이 어지간히 감기지 않는다. 다리도 많이 저리다. 갑자기 일에서 해방된 손이 갈 곳을 잃고, 하염없이 목설을 가지고 논다.
하지만, 그런 몸과 시간을 비약시키는 감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불필요한 속세의 짐을 놔두고 온 것처럼, 마치 시체를 버리고 훨씬 높은 존재로 전생한 시해선이라도 된 듯한, 신기한 만족감이 있다.
「해 뜨는 곳의 섭정인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찬란한 나라의 찬란한 위정자가 하는 일이라는 게, 이런 동굴에 숨은 은연한 행위뿐. 백성도 신하도 이런 나를 신이나 부처처럼 숭상하니, 더 어둠은 깊다. 겉으로는 불도를 설법하며 다니고, 그 다리로 도교 수행장으로 향하는 나를 알면 모두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나무를 깎는 것도 사실은 도교 수행 중 하나다. 욕념을 털어내고, 기를 단련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상을 조각한다. 가다듬은 기가 연단이 되어, 나의 뱃속에서 태동을 시작할 때, 그것은 태아의 형태를 보인다고 한다. 내 경우, 어째선지 그 상이 항상, 부처라고 말하면 그렇게 보이는 모습이 되어버릴 뿐으로 편의상 불상이라고 말해두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불상이라고 해두면 정말 경건한 불교도처럼 주위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것도 편리하다. 어쨌든, 여기엔 불심이 담겨있지 않다.
우리에게 부처는 없고, 우리 이외에도 부처는 덧없다. 나를 부처인양 숭배하는 몇 천, 몇 만의 백성의 눈은 기분 좋은 모멸로 보인다. 가난하기에 어리석은 것일까, 그들은 언젠가 위대한 구세주가 자신을 그 손바닥으로 구하여 데려가줄 거라고 맹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부처는 사람을 구원하지 않는다. 석가는 죽은 사람이다. 죽으면 초인이나 짐승이나 똑같다. 불교의 가르침은 사람을 인도해 구원할지도 모르지만, 부처의 눈은 이미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허공이다.
그리고 나도 분명 같다. 죽으면, 이름만이 살아있는 자처럼 활보하는 흙덩이가 될 것이다.
손바닥을 보았더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주름이 늘고, 피부의 탄력이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인이 되기 위해 수행하면서 늙지 않는 몸을 얻었다고는 해도 목표까지는 아직 멀었다. 이 육체도 나이가 서른을 넘겼고, 조금씩 쇠약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노화에 의한 죽음은 피할 수 있어도 병에 의한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로 가려도 이 손가락은 허약한 하얀색이 얼룩에 떠오른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사후세계가 없다면 말할 것도 없다.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제 와서 이 피로 젖은 손으로 무수국(无寿国)을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
부처따윈 이 세상에 없다. 있다고 해도 그건 무력하다. 나는 흙덩이 따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 그것이 이 세상의 하나뿐인 진실이며, 백성에게 전하지 못한 진리다. 그렇기에 나는 나 스스로 삶을 쟁취해낼 것이다. 그렇게 맹세하고 벌써 20년이나 지나버렸다.
정말로 불로불사의 선인이 되는 것이 가능할까하고, 일말도 안 되는 불안이 매일 밤 나의 상공에 떠다닌다.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억지를 통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넣은 지금, 상정은 하고 있었지만 시간을 꽤 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귀중한 수행의 벗인 후토히메와도, 그녀가 몰락한 모노노베 가문이기에 꽤나 만나기 힘들다.
……자, 누가 왔다. 이 마음의 목소리는.
「태자, 소가노 우마코님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어머니이십니까. 거기에 놔둬주세요. 보나마나 또 토지코라는 딸을 아내로 삼아주지 않겠냐는 이야기겠지요」
소가노 우마코, 나의 작은할아버지. 지금 그야말로 세상을 실질적으로 뒤흔드는 소가 가문의 우두머리인 위정자다. 소가 가문은 황족과 피를 엮는 것에 기를 쓰고 있기에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요즘 강요가 한층 더 심하다.
「정말이지, 아무리 권세를 가진 소가 가문이라고 하지만 명목상은 제 비호 하에 있으니까 편지로 보내지 말고 직접 찾아오는 것 정도는 해주면 좋을 텐데」
「우마코 님은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셔서」
「흥. 그 수완으로 정이 깊어진다는 게 참 별난 남자에요」
우마코라는 남자는 예의가 없어 보이지만, 별난 곳에서 섬세하고 흠잡을 데가 없다. 정치적인 솜씨도 진짜다. 나와 관계를 가져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대등함을 유지하는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저 사람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딸은 필요 없다고 해두죠」
어머니의 마음의 욕구가 슬픈 개의 울음소리처럼 귀에 거슬렸다. 시시하다, 명백한 정략결혼인데, 내가 그걸로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애도하고 계신 건가요」
「애도?」
다시 부처의 모습을 한 나무토막에 칼을 대면서 말했다. 다음은 눈을 조각하면 끝난다.
「첫 아내였던 우지노카이타코노히메미코 님의……」
「그 사람이 죽고 몇 년이 지났는지 알고 계신 겁니까. 게다가 결혼하고 바로 죽은 여자에게 미련 같은 건 없어요」
숨을 불어 부스러기를 날려버렸다. 카이타코는 정사를 몇 번 나누기만 하고 앓아누워 죽어버린 여자다. 당연히 자식도 없었다. 애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이후 더욱 결혼에 흥미를 잃긴 했다. 자식을 원하면 우수해 보이는 남자 아이를 양자로 들이면 되고, 여자를 안고 싶으면 마음 대로 안으면 된다. 사실 나는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아내를 안는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어머니,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요건이 그것뿐이라면 혼자 있게 해주세요」
「아, 네. 후토히메 님으로부터 모노노베 가문에 대한 서신도 있으니 이쪽도 읽어주시길……」
슥, 하고 마지막 부스러기가 벗겨져 떨어졌다. 완성이다.
「후토인가」
또 모노노베의 동향처럼 보이는 도교수행의 보고를 보낸 것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있다. 이런 암호 같은 서신만으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안 그래도 서로 시간도 없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후토는 모노노베의 실질적인 권력자. 소가쪽 인물이 눈에 불을 키고 있으니, 공공연연하게 만날 수는 없다.
불상의 눈을 보았다. 후토는 이 불상의 눈을 싫어했다. 굉장히 무섭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어. 중생을 구원하는 것으로 보이고, 무자비한 방관을 자처하는 기만의 눈. 나와 아주 닮았다.
어머니가 살짝 놓아두고 간 백탕에 입을 댔다. 은은한 단맛과 떫은맛을 느껴졌기 때문에 약탕이었을지도 모른다. 혀 쪽도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가와 모노노베의 우두머리의 서신이 동시에 도착하다니 재밌는 일이다. 피로 피를 씻는 종교전쟁을 전개한 소가노 우마코와 모노노베노 모리야……의 동생인가, 지금은 양쪽 다 내 힘을 원하고 있다니. 후토 쪽은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그래도 왠지 유쾌하다.
「잠깐」
우마코의 병약한 아내, 분명히 모노노베 가문의 카마히메라고 했다. 카마히메와 후토의 관계는.
「그래, 분명 카마히메는 후토의 명목상의 딸이었을 터──」
후토는 아이를 만들 수 없는 몸이다. 그러니까 친딸은 아니다.
아마도 일족의 의향이겠지만, 후토는 종교전쟁 전부터 배다른 오라비 모노노베노 니에코와 몰래 혼약했다.
하지만 후토는 나와 함께 종교전쟁으로 모노노베 가문을 몰락시켰다. 나는 소가 가문의 뒤를 봐주고 후토는 신의 말씀이라고 호언장담하며 모노노베 가문에 거짓 지시를 내렸다. 모노노베노 모리야는 그렇게 토벌되고, 소가 가문과 나의 천하가 되었다.
그 일족 몰락의 소란 속, 형태뿐이지만 니에코와 다른 아내의 자식들을 자신의 자식이라는 것으로 하고 면목을 유지한 모양이다. 그 자식 중에는 카마히메도 포함되어있다. 이것도 또한 일족의 의향이겠지만, 후토는 그런 쪽에서 상당히 무관심한 면이 있다. 「상관 없네」와「마음대로 하게」의 두 가지로 모두 해결해버렸겠지.
그리고 그 후토의 의리 딸, 카마히메는 소가노 우마코의 아내였던 것이다.
입에 손을 대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반은 우연, 반은 후토의 방임으로 생겨난 이 혈연관계, 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걸까. 이건 어쩌면 모든 것을 해결할 비장의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카마히메는 몸이 약해 의사가 옆을 계속 지키는 모양이다. 거기에 더해 모노노베의 여자이고, 우마코의 아내라고는 해도 소가의 내부에서는 원한을 가진 자도 많다. 우마코는 어떻게 해서든 딸을 나와 이어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후토를 곁에 두고 싶다.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 털 구슬. 당기려하면 뭉쳐지고 풀려하면 엉킨다. 이걸 풀 가장 좋은 수단은 뭐냐고 한다면, 어느 한쪽으로 잘라주는 것이다.
「결혼인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불상을 불길에 던졌다. 나와 닮은 눈이 불타 형태를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을 누군가에게 하사해주면 집 하나라도 세워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유열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3 편지2
우선 당신에게 가르쳐줘야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소가노 토지코노이라츠메, 제가 토지코라고 부르는 여성입니다. 토지코 역시 제가 사랑하는 아내, 당신과 똑같이 마음을 주는 아이입니다.
너무 다른 사람의 이름을 꺼내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번이고 나오겠지요. 무리해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과의 만남으로 이어진 인연의 근원이 토지코였습니다. 단 한 사람밖에 기억하지 못하겠다면, 그녀만이라도 괜찮습니다, 저 말고 그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토지코의 아버지는 우마코라고 합니다만, 천황이나 그 자식과 계속 혼인해 정권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소가 가문이라는 호족의 수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내게 흐르는 피의 반은 소가 가문입니다. 그에게는 카마히메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토지코의 친어머니군요.
당신에게만 가르쳐주는 것입니다만, 저는 불교를 마음속 깊이 믿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불교를 널리 포교하는 이유는 백성을 통치하게 위한 것이지 저는 도교를 신앙하고 있습니다. 도교란, 수행을 쌓아 불로불사의 선인이 되기 위한 것입니다.
토지코의 일족은 불교를 숭배하는 가계입니다. 저는 표면적으로 불교를 독실히 신앙했습니다. 아마도 이 나라의 누구보다도. 그렇기에 저와 토지코 일족은 서로에게 협력해 권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되고 싶은 것은 불교의 화신이 아닌 선인이었습니다. 그걸 위해 필요한 동포가 다른 호족의 모노노베 가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노노베 가문과 소가 가문은 견원지간으로, 과거에는 많은 피가 흐른 전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니까 소가 가문과 연결고리가 있는 저는 그녀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후토히메입니다. 괜찮다면 기억해주세요. 저와 토지코는 후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후토와 카마히메에게는 혈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마히메는 무척 병약했습니다. 분명 당신이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저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참회라고 생각하고, 제 치부도 알아주세요.
저는 카마히메를 죽였습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약이 가지 못하도록 만든 겁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소가와 모노노베는 사이가 나쁘고, 혈통만으로 카마히메를 싫어하는 소가의 무리는 많았습니다. 저는 그들을 장악했습니다. 죽이기 위해 독을 먹인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벌인 일입니다. 아무도 별다른 죄악감 같은 건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카마히메는 한 달도 가지 못해 죽었습니다.
왜 그녀를 죽였는가. 그건 후토를, 우마코의 정처인 카마히메의 자리로 앉히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우마코에게 후토와의 결혼을 강하게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대신에 토지코를 아내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마코는 일이 일인 만큼 많이 꺼려했습니다만 목이 빠지도록 원하던 저와 토지코의 혼인관계를 생각해 최종적으로 승낙했습니다.
그러자, 후토는 토지코의 어머니가 되고, 토지코와 결혼한 제 의붓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희들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목적은 그것 뿐, 지독하게도 그것만을 위해 카마히메를 묻어버린 것입니다.
제가 사람을 죽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패도(覇道)는 살육이 자라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종교전쟁에서도 저희들의 계략으로 엄청난 수의 인간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든 제재든, 그 죽음은 항상 다른 누군가가 인간들이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리사욕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죽인 건 저것이 유일합니다.
당신은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죽음도, 이별도, 종말도, 당신 안에는 없으니까요.
무엇을 하든 한번 잃은 것은 두 번 다시 되돌리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복숭아가 먹으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복숭아는 새로운 것을 가져오면 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겁니다.
저는 후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마히메 뿐만이 아니라, 제 무정함이 상처 입힌 모든 것에게. 너무나 위선과 위계로 가득찬 행위입니다. 누군가의 용서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용서할 수 있는 인간은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제게도 해야 할 행동은 무언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까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한 때, 제 냉혹함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당신을.
지금은 그저, 그것뿐입니다.
그건 제 근거 없는 감입니다만, 당신을 향한 속죄는 어딘가 멀리서 그들에 대한 속죄로 이어질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4 현실2
토지코와의 결혼식은 화려하게 열렸다. 어디어디의 아무개라는 친척이, 개미처럼 무리지어 얄팍한 달콤한 말을 한마디 하고 간다. 어찌 이리 욕망으로 가득한 자들일까. 역시 이만큼의 사람 들에게 둘러싸이면, 이 귀도 고통이라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오, 오늘은 정말 축하드립, 아니, 축하해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에 그려진 것처럼 토지코는 긴장하고 있었다. 나이를 물어보니 아직 10살 안팎이라고 하니 무리도 아닌가. 우마코에게는 토지코는 이미 14살이니 시집갈 수 있는 나이라고 들었다만…… 아마도 내가 언제까지고 결혼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해서, 빨리빨리 혼담을 제의하려고 한 것이겠지.
하지만, 평소와 달리 제대로 된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여자의 아름다움도 눈에 띄어 보인다. 아직 얼굴의 형태도 발육 상태도 어린이나 다름없었지만, 눈빛에는 늠름함이 있다. 땅딸막하고 몸집이 작은 우마코의 딸이라고 하기에, 어느 정도 추녀일거라 각오하고 있었지만, 화사하면서 제법 기량이 좋았다. 어머니 쪽의 혈통이 좋았던 것이겠지, 카마히메도 미인이었다. 그 젖은 듯한 까맣고 긴 머리카락은 기대할 수도 없는 것 같지만.
뭐, 토지코도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꽃처럼 여성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태자님」
토지코가 소매를 잡고 그것만 말했다.
「불안하신가요」
「……」
그렇지. 토지코는 제법 이런데서 날카롭다.
여기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토지코에게 보내는 미적지근한 시선. 흥미도 느껴지지 않는 허수아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눈. 열기나 냉담함은 모두 내게 쏠려있었다. 당연하다. 이런 어린 아가씨를 좋아서 결혼한다고 누가 생각할까. 말 그대로 정략결혼의 도구가 거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뭐, 이 아이와는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살아야하니, 우마코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조금은 좋은 기색을 보이는 것도 좋겠지.
「여러분」
낮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미소 지었다.
「황태자인 제 정처가 거기에 있는데, 나한테만 잔뜩 모이고 뭐하는 짓입니까. 언젠가는 황제가 될 이 몸, 정처인 토지코는 장래의 황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황자는 다음 세대의 황제가 될 수도 있겠죠. 그 어머니인 토지코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일족이, 오래 갈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마시길」
잠시 정적이 지나간 후, 인파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했습니다 토지코 님, 토지코 님은 어떤 걸 원하십니까, 저희 일족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바치겠습니다, 라는 등 타산적인 녀석들이다. 우마코도 안쪽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원하는 것은…… 으음……」
윽, 그걸 대답하는 건가, 토지코.
「태자님의 아이입니다……」
──꽈리처럼 얼굴을 붉히며 말할 것이었나.
토지코의 대답에 분위기가 달아올라, 내 앞에 사람이 적어진 틈을 타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후토히메였다. 그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이쪽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맞이했다.
「이번에 당신과 우마코 님의 딸을 얻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 네……」
「앞으로는 의리이긴 하지만 모자 관계, 사이좋게 지내봅시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토가 귓가로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태자님, 카마히메는……」
「당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겠지요, 불행한 일이지만 얼마 전 지병 때문에 죽은 듯합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형편이……」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설마……」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저도 죽은 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요」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혈족이 죽은 것은 후토에게도 상심이 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나와 함께 거리낌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줬는데, 의외로 귀찮은 논리를 속에 품고 있는 거 같다. 오라비가 죽은 이래 후토는 더 손익전문으로 생각하는 여자였을 것인데, 어쩐지 마음의 음색마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친 오라비인 모리야를 포함해 일족을 멸망시킨 당신이, 이제 와서 모노노베의 여자가 죽은 것을 동정이라도 하는 겁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너무 입을 열면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오래 살 수가 없어요」
곁눈질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후토의 얼굴은 창백했다. 입을 ─모양으로 다물고, 내에 대한 두려움의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다
「후토!」
소녀 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토지코였다.
「너 또 태자님께……!」
「아, 그래, 우리들은 이걸로 의붓 모자 관계가 됐으니 말일세, 인사하러. 당연하지 않나」
「시끄러워! 나랑 이야기할 때도 태자님 얘기만 잔뜩 물어보고 캐묻는 주제에! 속셈이 뻔히 보인다고!」
당황하는 후토에게 손가락질 하며 야단치는 토지코를 보고 있자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상하군요, 후토. 토지코는 아무래도 당신을 몹시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아요.
5 편지3
처음으로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3통째입니다만, 제법 시간이 걸려버렸네요. 이렇게 정리하려고 할 때마다, 제 안의 위계심이 얼굴에 드러나, 아름답게 꾸민 호언장담의 미사여구를 써내려가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좋은 남편이었다고 보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무척 위태로운 평온이며, 저와 당신의 마음을 언젠가 꿰뚫어 버리겠지요. 언제까지나 계속 속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당신에게는, 아니 텅 빈 당신이기 때문에, 제 안의 진실을 담아주고 싶습니다. 그걸로 당신이 제게 질려버린다면, 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당신의 행복을 바라면 될 뿐이니까요.
저는 토지코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토지코를 사랑하진 않았습니다. 목적은 후토를 곁에 두기 위한 것뿐으로, 토지코는 이미 제 체면과 소가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정도의 하찮은 말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귀찮아지면 죽여 버려야겠다고, 이렇게 쓰는 것도 두려울 정도입니다만 그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지코는 행복했습니다. 전에도 말했던 제 능력, 타인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걸로 들었으니까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토지코는 정말로 어린 아이였습니다. 소가와 저 이외의 세계를 모르는 규중처녀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두려워했습니다. 자신 곁에 두는 인간이 제 비밀을 알고 날뛰어버리면 모든 것은 끝나기에, 무언가 입막음을 해야겠다고.
취한 행동은 간단합니다. 저는 혼인 전부터 반복해 토지코와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제게 무관심한 토지코. 저는 그녀의 욕망을 회화 중에서 정밀하게 읽어냈습니다. 그녀가 바라는 말과, 그녀가 원하는 것과, 그녀의 고민을 파악했고, 거기에 전부 응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가지고 가기도 하고, 다음에는 장난감과 꽃을.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종종 「제가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이 세상에서 토지코 뿐이에요」라고 호언장담하고, 저에 대한 마음이 점점 격해지는 것을 마치 그런 생각이 없다는 듯이 방관했습니다. 그것이 가슴의 아픔이 될 쯤, 조금 강제로 입술을 빼앗았습니다. 그건 그녀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황자가, 공주에게 한 행동의 재현이었습니다.
그리고 토지코는 저절로 제게 절대복종하게 된 것입니다. 그걸 보고 저는 만족했습니다만, 그건 사랑이 아닌, 피리의 악곡을 다 불었을 때의 달성감과 같았습니다.
저는, 그 뒤 토지코에게 심한 짓을 해버렸습니다. 제게 아이라는 것이 있다면, 어쩌면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만. 그 때의 제게 있어서, 토지코는 그럭저럭 써먹을 만한 장기짝 정도의 존재였습니다.
솔직히 쓰려고 했는데 벌써 일을 숨기려 하고 있네요.
잠깐 붓을 놓겠습니다.
6 현실3
혼의의 밤은 조용한 달밤이었고, 나는 이끌리듯이 방에서 가장 가까운 정원으로 나왔다. 그건 뭔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땅은 월백으로 물들고, 한숨처럼 변덕스러운 바람이, 얇게 땀에 젖은 몸을 식혀줬다. 매화나무의 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 귀는 그 사람의 성질을 읽어냈다.
「후토입니까」
단념한 것처럼 눈을 감고 나타난 모습은, 역시 후토였다.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백발이 스르륵하고 달빛에 나부꼈다.
「하하, 태자님 앞에서는 숨어도 소용이 없군요」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는 건, 토지코가 신경 쓰이는 겁니까」
「음……」
「저렇게 어린 아이일 줄은 몰랐습니다, 우마코 님은 제가 꺼릴 것을 예견하고 빨리 혼인을 추천한 것이겠죠」
「토지코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침소에 있습니다」
후토는 장난꾸러기 동생을 꾸짖는 누나처럼 속삭였다.
「그렇다면 돌아가 주시길. 그래도 일단은 혼의의 밤,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고 있어선 남의 눈도 신경쓰이지요」
「다른 여자, 의붓어머니와의 밀회입니까, 유쾌한 소문이 되겠네요」
「농담은 그만두시길. 다른 누구보다도 토지코가 본다면 차마 눈 뜨고 볼 수는 일이 생길겁니다」
후토는 정말 토지코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혹시, 후토의 마음의 음색이 바뀐 것은 토지코 때문일까
「토지코는 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잠깐 틈을 두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을테니까요」
「움직이지 않다니요?」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거든요」
아, 하고 목소리가 나왔다. 설명이 부족한 채 말이 끊겨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정정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정정할 틈도 없이 공기가 변했다. 뇌운(雷雲)에 들어간 것 같은 찌릿찌릿한 고통이 느껴지는 공기에 휩싸였다.
「기절했다……니,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 이게 압도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토는 내게 위해를 가할 리가 없다. 이건 후토의 신통력이 우발적으로 호응했을 뿐으로, 무력한 허세다.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역시 부부의 정사를 하기엔 너무 어렸다는 거죠」
「토지코에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안아줬을 뿐입니다」
후토의 상태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후토와는 다르다는 것은, 금방 알아차렸다. 가볍게 힘의 폭주가 일어나고 있다. 화염과 물과 전기와 바람과 흙과 얼음과 칼날과 마물의 권속이 후토의 등 뒤에서 얇은 날개처럼 매달려 있었다.
「저, 저 어린 토지코를……?」
어느 샌가 가볍게 보고 있었지만, 후토는 신을 모시는 이들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두머리, 이소노가미의 사이구였다. 역시 이정도면 식은땀이 나올 법도 하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합니다. 첫 째, 토지코는 무사합니다. 기절하긴 했지만, 지금은 잠든 것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둘 째, 이건 토지코가 바라던 것입니다. 오늘 밤은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이라고 말이죠」
「토지코는 남녀의 연정 따위 잘 알 리가 없습니다! 동경이나 관습에 떠밀렸을 뿐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습니까!」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저는 토지코의 희망을 이루어줄 뿐, 고마워하면 모를까」
「하지만!」
「……당신은 지금 제가 토지코를 강제로 안았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공기의 소용돌이는 멈췄다. 심장을 바늘로 찔린 것처럼 후토는 입술을 깨물고 경직했다.
「아무래도 저 아이, 저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후토의 미간이 찡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혼인 전부터 만나선 그 욕망을 읽어내 이루어주고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섭정의 정실. 노골적인 정략결혼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쪽의 사정을 모르는 짐승의 새끼를 계속 키우면 언젠가 물어뜯길 것은 명백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알고 있겠지만, 정을 아는 아이기에, 저 아이를 길들이는 데는 번거롭지 않았습니다. 즉 저는 무리비도(無理非道)를 쫓은 것이 아닙니다, 아시겠지요」
후토여, 왜 당신이 화를 냅니까. 이건 모두, 당신과 내가 함께 불로불사를 이루기 위해 벌인 것인데. 역시 제대로 사건의 경위를 말했어야 했을까.
「──저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 저를 어린애 취향이냐고 바보 취급했지만, 의외로 그렇게 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지막한 산의 위를 연상시키는 희박하고 청렬한 공기 속, 입을 다문 후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토지코는 침소에 있습니까?」
「네」
「왜 그렇게까지 사람을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아까 얘기했던 대로,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고, 이것도 토지코가 바란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가 가문의 딸로서, 제 여자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고 여겨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행위를 하는 중에 그것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나도 그 갸륵함에 마음이 끌리긴 했다, 라고 덧붙였다.
달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밝은 천주(天宙)에 있다. 후토는 표정을 감추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내 같은 건 누구든 상관없었으니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좋은 아이입니다, 토지코는. 당신이 마음에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저는, 토지코를……」
「기량도 좋고, 저 나이에 소가의 긍지를 우선시하는데 울게 만들 수는 없지요」
「토지코를…….」
「뭐,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만, 1년 정도 지나면 좋은 상태로 할 수 있겠지요」
그 한마디가 끝난 순간, 불꽃이 작렬했다. 그리 아프진 않았지만 뺨이 튕겨 나간 줄 알았다. 후토에게 뺨을 맞은 것을, 손을 크게 앞으로 내민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뺨을 어루만질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귀신과 같은 표정이 있었다. 아니, 마치 동포인 자신의 아이를 살해당해, 몇 천개의 칼끝이 겨누어져 결사의 반격에 출발하는 병사를 연상시키는 분노와 비애의 표정이었다. 뚝뚝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빨아들인 대지가 희미하게 빛나고, 환상처럼 깜빡거렸다.
「내일…… 이 무례함은 내일 벌 받겠습니다! 굽던 삶던 마음대로 하십시오!」
「후토」
「하지만, 오늘 밤은 토지코를 데려가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토는 내 뒤의 그림자 너머에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데 정신을 놓은 것일까, 아니면 후토가 또 술법을 쓴 것일까. 어느 쪽이든 제지할 수 없다고 몸으로 느꼈다.
「태자님은, 인간을 초월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이래서는, 짐승만도 못하지 않습니까……」
구름이 달의 절반을 가릴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사람을 부르지도, 돌아가지도 못했다. 후토의 눈물을 아름다웠다, 라고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분노도 슬픔도 없이 그저 텅 빈 가슴 속에는 이상하게도 방금 토지코의 얼굴만이 떠올라, 가시처럼 찔렸다.
『태자님. 배려, 가, 감사합니다……』
그 토지코의 쉰 목소리가, 계속해서 공동에 반사된다.
「짐승만도 못한──」
나는 인간조차 아닌 건가……?
7 편지4
제가 토지코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
간단히 말하면, 저는 토지코가 어린 것을 알면서, 배려 없이 그녀를 안았다는 겁니다. 그녀가 제게 거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게다가 그것에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후토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 후에도 반복할 생각이었습니다. 제게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없었고, 거기서 일어나는 행위에 별다른 관심도 의미도 없었습니다. 저대로 갔다면 머지않아 토지코의 몸도 마음도 망가지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두렵고 무시무시한 것은, 토지코가 망가지더라도 제게 피해가 없다면 그걸로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제 냉혹함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토지코는 제 무정함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에 후토가 데리고 돌아가 버렸으니까요.
후토는 저를 짐승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제게 폭력을 휘두른 것도 난폭한 대답을 한 것도,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음색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목소리도.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 빗속에서, 입을 다문 새처럼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신을 초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을 초월한 것이 아닌, 사람의 길을 벗어난 것에 지나지 않았을까요. 짓궂게도 이번 일로 인해 처음으로 의심했습니다. 제가 밟아온 타인의 마음과 영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심은 깊어져갑니다.
그래요, 저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모습을 한 생물. 인간의 조건으로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짐승.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것은 그 뒤로 더 시간이 지나고 난 뒤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토지코와 후토를 만나지 않으며 지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품으며 지금 다시 한 번 마음의 공허함을 조사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당신과 만난 것은 이 때였습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나중에 당신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제가 저를 다시 볼 기회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만남 그 자체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 때는 당신도 토지코도, 처음부터 정말로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인간인 걸까요. 그건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제게 그 답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미노이라츠메, 당신은 평범한 사람과는 다릅니다. 저와 같이,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 위태로운 존재.
당신이 언젠가 저를 인간이라고 인정해 준다면, 저도 역시 당신을 인간으로 인정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제 소중한, 마음이 머무는 곳입니다.
8 현실4
그 뒤로 토지코와 만나지 않았다. 한 번 소가 저택에 가봤지만, 보기 좋게 후토히메와 맞닥뜨리고 쫓겨나버렸다. 꼭 만나고 싶다면 저를 베어버리고 가십시오, 라고 말하니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후토를 잃는 것은 곤란하고, 게다가 우마코의 아내를 죽이면 천하가 뒤집어진다.
내 명마인 흑구(黑駒)의 고삐를 잡고 있던 손에 땀이 나, 천으로 닦았다. 손을 유심히 본다.
「이게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진다는 것일까」
토지코의 체온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뺨은 부드러웠지. 그, 껴안으면 푹하고 모두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은 몸도 좋았다. 아기 고양이 같이 지체를 둥글게 모아 행복하다는 듯 미소 짓는 토지코. 아무래도, 그녀를 실제로 안았을 때보다도, 그녀의 아름다운 점을 더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태자님 곧 있으면 카시와데 가문의 저택입니다」
하인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카루가인가」
강이 흐르는 소리, 거칠며 생명이 흘러넘치는 산, 차분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
「풍광명미한 토지군요」
영원히 살 땅을 고른다면 이런 곳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경치를 바라봤다. 조금 앞에 우묵한 풀숲에 여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데, 장신구라도 떨어트린 것일까.
「……?」
뭐지 이 위화감은.
「잠깐, 거기 당신」
말을 멈추고 말을 걸자 그 여자는 천천히 일어서며 이쪽을 봤다. 어깨에 닿을락말락한 정도의 길지 않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멍하니 입을 벌린 아가씨였다. 신비한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잃어버린 거라도 있나요」
「아……?」
「뭐라도 잃어버렸느냐고 물었습니다」
화풍(華風)이 그녀의 앞머리를 흔들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잠이 덜 깬 듯한 눈에 도연(陶然)한 표정, 의심할 여지없는 미모의 소녀였다. 그녀는 이쪽을 천천히 확인하고 나서, 다시 등을 돌리고 수풀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저 아이」
「이상한 풍모였지만, 유명한 가문의 공주일까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네」
위화감의 정체를 알았다. 저 아이, 욕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초대된 곳은 카시와데 가문이라는 호족의 저택이었다. 가장인 카시와데노 카타부코라는, 날씬하고 항상 접대용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였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여, 멀리서 이카루가의 땅까지 찾아왔지만 이런 이야기는 주로 뒤쪽에서 어두운 것을 포함한다. 그걸 일일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대충 이야기를 들은 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테니 편지로 요약하라는 것이 늘 있는 일이었다. 금품은 내놓은 이상 돌려달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금으로 만든 것만 가지고 돌아가 선단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루한 이야기였다는 것도 있지만, 머릿속은 다른 것으로 가득했다. 여기에 오는 도중에 만났던 소녀, 왠지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태자님? 왜 그러시죠?」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좀」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태자님, 실은 제게는 적령의 딸이 있습니다만」
「호오, 카타부코 님께」
이런이런, 이쪽인가.
안내받은 침소는 어둑어둑하고, 쓸데없이 많은 장식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에게 대접을 하려고 한 것인지, 벼락부자의 취미인지, 어느 쪽이든 정취가 없었다. 침소의 중심에는 돌멩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그건 주저앉아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성이었다.
황자나 황제는 아내를 여러 명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황자가 요직에 들어가면, 그 아내의 일족은 관록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가장 장래가 기대되는 황자.
「풍문으로 들었습니다만 소가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했다고 하던데, 매우 어린 아내였기에 부부의 정사는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그 밖에도 피곤해 보인다던가, 딸이 있으므로 부디 보아달라든가, 말을 억지로 돌리려하지만 결국, 우리 딸을 시험 삼아 안아보고 만약 괜찮다면 아내로 삼아줄 순 없는가, 라는 것이다.
이 수법은 이미 몇 번이나 보아왔다. 좋은 여자도 그렇지 않은 여자도 있었지만, 어쨌든 자기 혼자 있어야 수행이 되기 때문에, 안고 나면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 전혀 고개를 들 기색이 없다.
「당신이 카시와데노 호키키미노이라츠메 입니까」
대답이 없다.
「제가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입니다」
……뭐 됐다. 토지코보다는 연상인 듯 하고 이 묘한 욱신거림을 보상받는 정도는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의 좁은 어깨를 만진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감돌았다, 아니, 코를 찔렀다. 자기도 모르게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향기였다. 이건 향기일까. 이전에도 맡아본 적 있는 것 같다. 그래, 그 욕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아이. 그렇다면 이 향기는 이카루가의 특산품인 것일까. 아니 잠깐, 더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
그 때 문득 깨달았다. 이 아가씨의 머리 모양, 방금 그 아이라고. 그리고 욕념의 목소리가, 없다.
「당신은……!」
잡아당기듯이 머리를 들게 했다. 역시 그 소녀였다.
「아아아」
질질 기어와 내게 들러붙는다. 이 언동과 표정, 겨우 납득이 갔다.
「으르르르」
「과연」
억지로 그녀를 내던지고 이불에 눕혔다.
「욕망을 읽어낼 수 없다 했더니, 미치광이인가!」
「오오……?」
내가 욕망으로부터 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어디까지나 무욕무심을 관철한 수행승이거나, 죽은 이를 포함해 욕망이 평범한 사람보다 결여된 자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심한 잡음이다. 이 아이는 생병노사에 대해서는 욕망이 없고 음란의 욕망이 평범한 사람의 10배, 아니 100배……?
웃기고 있다. 내게 이런 여자를 주려는 이는 처음이다. 얼굴도 분명히 아름답다. 지금까지 안아온 수많은 여성 가운데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다. 하지만, 하지만, 미치광이라니 참 통쾌하다.
「좋지요, 당신과 자주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다운 용모군요」
「응」
난폭하게 입맞춤을 했다. 달콤한 맛이 나고, 그 지독한 향기가 갑자기 온화한 훈풍으로 변했다. 혀를 얽고, 입술을 애무했다. 생각했던대로 좋은 여자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큭!」
찌익하고 소리가 났다. 당황해서 밀어내, 입술을 만져보니 피가 나고 있었다. 상처는 얕긴 하지만 깨물린 모양이다. 여자는 녹아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흔들 흔들며 피가 섞인 침을 입 끝에서 흘리고 있다.
「크, 크크……」
입을 닦고 다시 한 번 난폭하게 넘어트렸다. 이렇게 흥분한 적은 요 몇 년간 없었다.
「읍읍~! 읍 읍!」
「이렇게 권력을 목적으로 한 호족에게 딸을 대주는 건 몇 번 있었습니다만, 머리가 망가진 여자를 안는 것은 아직까지 없어서요」
입맛을 다시니 쇠 맛이 나 달콤했다.
「신선해서 참을 수가 없군요」
세계가 비틀렸다.
「으…… 아, 아……?」
맥박이 폭포처럼 빨라지고 있었다. 시야가 비틀려 회전하고,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심코 숨을 후 하고 내뿜었다. 내장의 구석구석까지 뜨겁다. 풍경은 돌아왔지만, 모든 것이 맥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녀의 가슴으로 쓰러졌다. 환술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향기는 그녀의 몸 자체에서 풍기는 것이라고.
「우─?」
물렸던 입술을 핥고 있었다. 크츗하고 소리를 내며 빤 후,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됐네, 괜찮으니까」
한 번 더, 이번에는 이불에 상냥하게 눕혔다.
「부디 즐겁게 해주길」
──땀투성이, 짐승의 엄니 같은 송곳니를 보여주며, 섬뜩할 정도로 요염하게 웃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 아가씨를 안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전신을 한기와 열기가 교대로 감싸고 있다. 여운이 진정되지 않는다. 심한 심장의 고동도, 현기증도. 그녀의 달콤한 울음소리가 귀에 닿을 때마다, 그것만으로 절정을 맞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음란한 그녀는, 처녀였다.
「어떠셨습니까. 우리 호키키미노이라츠메는」
돌아갈 때 카타부코와 만났지만, 침묵으로 답했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귀찮을 정도의 피로와, 계속해서 애무하고 있는 것 같은 피부의 감각.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측실(側室)이라도, 아니 외로울 때의 첩이라도 상관없으니, 괜찮다면 저 아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죠」
그게 한계였다.
휘청거리며 저택을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큰 나무에 기대었다. 내가 입을 다물고 떠는 모습을 보고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지만, 간신히 제지했다.
저 아이는 위험하다. 머리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어째선지, 토지코의 얼굴이 떠오른다. 빙글빙글 도는 삼천세계의 안에서도 보인다. 내 이름을 부르고 응석 부릴 때의 미소다.
아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슬프지도 분하지 않은데, 왜일까, 이건.
「왜 그러니 토지코」
나무에 매달리는 자세로 이렇게 말했다.
「이럴 때 내 안에 나타나지 말거라」
주먹으로 나무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강하게 줄기를 때렸다.
「나는 자신의 욕념까지 들려버린단 말이다!」
토지코가 웃고 있다.
「이 남자는 분명 또 호키키미노이라츠메를 안을 거다!」
침을 크게 삼켰다. 누구에게 외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을 향한 매도는 아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죽고 싶어졌다. 이 정도로 죽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자기 멋대로 더렵혀졌을 뿐인데, 마치 온갖 능욕을 토지코에게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던 게 아니었나. 토지코가 방해되면 죽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주제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죄악감 같은 귀찮은 것이 발아한 것인가. 너는 미치고. 미쳐, 미쳐버렸다…….
「나는 몇 번이나…… 그녀를 안고…… 추악한 성욕의 배출구로 삼겠지」
떨리는 손을 보면서 토지코의 체온과 뺨의 부드러움을 찾았다.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것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덧씌워져 있었다. 호키키미노이라츠메가 가져온 쾌락은 뿌리처럼 내게 감겨와, 금단의 영역에 있는 그것들을 모두 깨워버리고 말았다.
「나를 보지 마, 보지 마……」
왜 내 안에 둥지를 트는 건가. 나는, 이렇게나, 더러워졌다.
토지코. 토지코.
「미안합니다……」
다음달, 호키키미노이라츠메와 혼례는 거행되었다.
그 뒤로 탐닉하듯이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9 편지5
또 이 편지를 쓰는 날이 오게 되었군요. 조금 바빴기에, 그다지 보살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금 바쁜 건 중요한 일 때문입니다. 지금 일이 끝나면 제 후계자가 생깁니다. 그렇게 하면 제가 일일이 나가지 않아도 정무 처리가 가능해지겠지요. 그 준비와 주의사항을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몸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쇠약해지고 있고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수행에 전념하고 싶은 겁니다.
당신과 만난 것은 카시와데 가문의 저택이었지요. 그 전에도 잠시 길가에서 얼굴을 봤었죠. 그 때는 뭘 하고 있나 했는데, 분명 미나리를 따고 있었겠죠.
그 때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않고, 아기처럼 행동했습니다. 정서불안정에, 상식이라는 것이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는 지금보다도 차가운 인간이었습니다. 당신과는 처음으로 만나고 그 날에 이어졌습니다만, 역시 저는 거기서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당신의 아름다운 육체를 제 것으로 삼는 욕망과 호기심만으로 당신을 안았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의 쾌락이었습니다. 당신의 몸을 평생 떠나보내지 못할 것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당신은 옆에서 도와줘야하긴 하지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고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요. 어려운 말도 제가 설명하면 이해해줍니다. 훌륭한 성장입니다. 기억력이 약한 것인지 금세 잊어버리고 말지만, 그건 제가 몇 번이고 가르쳐주면 될 뿐입니다. 정말, 여기까지 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어젯밤도 멋진 것을 잔뜩 이야기했습니다. 손을 잡고 잠들었습니다. 이러고 있으면, 당신은 저를 「태자님」이 아닌 부부로서의 호칭으로 「여보」라고 불러줍니다. 저는 그것만으로 너무나도 행복해지는 단순한 생물입니다.
미나리 이야기, 그것도 어제 했습니다만 저건 대체 뭐였던 걸까요. 당신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표현이 가능해졌을 때에 말했지요. 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위해 따야한다, 라고. 이상한 이야기지요. 저는 그런 걸 가르친 적이 없고, 카시와데 가문에 있는 당신의 어머니는 아무 병 없이 건강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신의 말에는 정합성(整合性)이 있습니다.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도 않고, 미치광이인척 하고 있는 걸까요. 대체 당신은 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걸까요.
당신은 모를지도 모릅니다만, 제가 가르쳐주지 않은 말을 당신은 말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뒤로도 방에 박혀 살고 있는 당신이 말입니다. 당신이 아기처럼 아무것도 없는 백치라고 한다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제 예상입니다만 당신은 천성 지적장애가 아니라, 평범하게 성장하고 어딘가에서 기억과 지능을 잃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의 병에 걸린 어머니라는 것은 제정신이었을 때에 정말로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당신은 카시와데 가문의 양녀였을지도 모르고요.
제 귀의 힘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더 당신에 대해 알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일까요, 제 힘은 점점 사라져버렸습니다. 진실은 모두 수수께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제 애처, 과거가 누구였든 간에 문제는 아닙니다. 당신을 더 알고 싶었던 남자의 망언입니다. 설령 당신이 천한 백성이든 공주이든, 귀신이든 마물이든, 당신을 뒤덮는 어둠이 사라질 때까지 곁에 있고 싶습니다.
잠깐 토지코와 후토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제가 그녀에게 심한 짓을 하고,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가의 내부에서도 후토의 독단에 반발은 있었습니다만, 막무가내로 쫓아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게 된 것이 늦었을 뿐, 그 정도로 후토는 토지코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토지코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전까지 신혼인 당신과 함께 지냈습니다. 계속해서 빠져드는 썩은 늪처럼, 일을 하기는커녕 당신에게서 멀어지지 조차 못했습니다. 음식도 의복도 모두 옮기고, 마치 짐승의 교미처럼 당신과 매일 밤낮을 뒹굴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선 무척 위험한 향기가 났고, 하지만 무척 달콤하고 상쾌했습니다.
그 때의 저는, 분명히 당신을, 노리개로 삼았습니다.
10 현실5
「누구십니까」
「접니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입니다」
소가 저택에 방문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호키키미노이라츠메와 혼인한 이래 정무조차 출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위는 신혼이라 하니 질투하면서 허락해주었지만, 그 이상함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것이었다.
요즘은 그 향기에 익숙해진 것인지, 겨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전과 같은 생활을 겉으로는 유지하게 되었다. 밤은 그녀의 곁에서 잠든다는 퇴폐적인 생활이긴 했지만.
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문을 연 것은 후토였다. 노골적으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안녕하시옵니까, 무슨 일이신지요」
「우마코 님에게 한마디 들었습니다. 혼인하고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딸에게 다니지 않다니 무슨 일이냐고」
역시 우마코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다. 나 자신은 토지코와 만나는 것에 불안해했지만, 어느 샌가 내 쪽에서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순 없었다.
「뭐 어떻습니까. 태자님은 새 아내인 카시와데 가문의 딸에게 집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토지코에게 뭘 바라시는 겝니까?」
후토는 비꼬듯이 묘한 억양을 붙여 대답했다. 후토는 후토 나름대로 나와 달리 머리 회전이 빠르다. 내 다음 말을 완전히 봉쇄해왔다.
「얼마 동안은 토지코에게 시간을 주시길」
「당신은 묘하게 그 아이에게 집착하는 군요」
후토는 눈을 두 번 깜빡이고 나서 먼 곳을 보았다.
「토지코 역시, 여자로 태어났을 때부터 태자님과 결혼시키기 위한 소가 가문의 도구였던 겁니다」
「……」
「모노노베의 신기(神器)로서 태어난…… 저와 아주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
「그것뿐만이 아니지요?」
후토의 입이 굳어졌다. 눈에는 한순간 적의를 보였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는 폭풍을 본 듯이 한숨과 체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을 보며 그것을 숨겼다.
「저 아이는, 제 머리카락을 예쁘다고 말해줬습니다.」
후토의 머리카락. 미완성인 선단을 너무 많이 먹고 색소가 빠져버려, 노파처럼 재 같은 은색이 되었다. 까만 실크 같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후토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여성기능을 잃은 후토가, 여자로서의 가장 자랑하듯 소중히 하고 있던 것이었기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고, 당신은 자포자기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토지코는 정말로 착한 아이입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후토 앞에서 나는 상상 이상으로 무력했다.
「우마코 님께는 제가 잘 말해둘 테니, 정말 죄송합니다만」
「……알겠습니다」
말 쪽으로 돌아가니 작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득의양양한 표정의 토지코였다.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데려가 주세요」
이것 참 곤란해졌군.
「후토도 참 너무한 거 있죠! 제가 아무리 태자님과 만나고 싶다고 말해도 전혀 들어주지를 않아요!」
「음……」
「그런 주제에 자기는 태자님과 만나고 있고! 저런 여자에게 속으시면 안 돼요!」
「하하하」
「웃을 일이 아니에요! 분명 저 모노노베의 암여우는 소가 가문과 함께 태자님까지 빼앗아 갈 생각이 틀림없어요!」
잔뜩 부푼 뺨이다, 라고 껴안듯이 말에 탄 토지코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아이, 평소는 후토가 감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내가 오는 것을 안 후토가 문 앞에서 매복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정원의 나무에 기어올라 담을 넘은 모양이다. 기운찬 소녀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괜찮아요 당신은 제 정처니까 당당하게 있어주세요」
「……하지만」
「하지만?」
「후토에게 들었어요. 태자님이 다른 아내를 맞이하셨다고」
이쪽을 한번 훑어본 눈은 흘러넘칠 정도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었더라면……!」
그래. 이럴 때 자신을 책망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나다. 이렇게 어린데도 내게 칼날을 대기 전에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잘 베어지지 않게 만드는 아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떨리는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작은 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이 아이는 어리기에 표리의 구별이 없는 것이구나.
「제 주변에는 마음과 정반대로 말하는 사람들뿐이라서 말이죠. 겉으로만 말을 늘어놓고. 실제로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지 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네?」
「그 점에서 당신은 무척 순수하고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토지코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칭찬받고 있는 것은 알아챈 듯 하고, 싫지만은 않다는 표정인 것이 뒤에서도 얼굴의 윤곽 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기쁘면 기뻐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낸다, 슬프면 슬퍼한다. 이걸 어른은 못 하게 되어버리거든요」
「저, 저는 어른이에요! 월경도…… 저번 달에 시작했고」
조금씩 작아지는 말을 들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는 정말로 말하기 힘든 것도 솔직하게 모두 전하려 하는 것이다. 조금 성가신 성격이지만 지금은 묘하게 귀엽게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는 없애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당신의 그런 부분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태자님 오늘은 왠지 이상하세요」
표정을 고조시킨 토지코가 빠른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생각해보면 제게는 딸이나 아들처럼 대할 상대가 없었지요」
「딸이 아니라 아내에요!」
「하하하」
후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동안 이 아이와 마주보고 싶어졌다.
「헤에, 토지코가 사라졌습니까」
「우마코 님과 후토히메가 혈안이 돼서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만」
「황제님께 아뢰어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이른 아침에 찾아온 사신에게, 유괴범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제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소가 저택에서 찾으러 왔습니다」
장난감과 두루마리에 둘러싸인 안쪽 방의 토지코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던 일입니다만. 만약 발견될 때까지 계속 찾게 된다면, 늦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허리를 숙이고 토지코와 시선을 맞췄다. 그 정도로 우리 사이에는 신장차가 있었다.
「감싸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으음…… 외로워질 테니 빨리 돌아와주세요」
말을 타고 집을 나섰다. 뒤쪽인가, 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여러 명의 인간의 욕념이 있었다. 각별히 강한 것도 딱 하나 있었다.
「뭐, 이런 거겠죠」
합류는 소가 저택이 좋겠지.
「후~토~!」
「실종되었던 토지코를 태자님이 계신 곳에서 찾았습니다!」
이거 참 한탄스럽다고 후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렇겠지요」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십시오!」
「납치 해버린 거죠」
「토지코, 어디 아프거나 괴로운 일을 당하진 않았는가?」
「너 항상 나랑 태자님 사이를 방해만 하지! 납치고 뭐고 우리들은 부부라고 했잖아!」
저 후토가 토지코의 말에 쩔쩔매는 것은 볼만했다.
「후토여, 예로부터 방해 받는 사랑일수록 불타는 법입니다.」
「제가 방해꾼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두 사람 모두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토지코도 찾았으니 일단 해결,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앗, 태자님 아직 할 말이」
「그렇군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자신의 아내의 귀여움에 참지 못하고 토지코를 자택으로 데리고 돌아간 데다 며칠에 거쳐 총애해버렸다』라고 우마코 님께 전해주겠습니까」
「윽……」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나는 말했다.
「분명 우마코 님은 크게 기뻐하시겠지요」
토지코는 기운찬 아이지만 자주 운다. 지금도 또 이별을 예감하고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가슴 속에 소금을 뿌린 듯한 기분이었다. 정말로 어딘가에서 머리가 이상해져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피곤한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토지코, 반드시 또 데리러 올게요. 이번에는 그렇게 기다리게 하지 않겠어요」
「빨리 와주세요」
「괜찮아요, 저도 토지코가 없으면 외롭거든요」
그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것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토지코가 방금 헤어질 때 했던 말의 반복이다. 그것이 박혀있고, 내 입이 멋대로 말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토지코는 정말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절의 가련한 꽃이 일제히 개화한 것 같은 미소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가 모르고, 그저 마음속에 조용히 떨리는 듯한 감각에 당황했다.
「태자님도 참, 외로움 많이 타신다니까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토지코가 정말 간절히 원하고 있던 말은 이거였던 것이다.
「토지코가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 줄은……」
문 앞에서 후토가 중얼거렸다. 도마뱀이 나비가 된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본 것 마냥 초조함과 곤혹과, 그리고 약간의 기쁨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랐습니다」
저는 신묘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타인의 욕망을 읽어내 이용해서 남의 행복과 불행을 조종해온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행복해질 방법을 몰랐습니다.」
「태자님……」
「그렇기에 영원한 목숨을 얻고 그걸 손에 넣으려고 했는데……」
후토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도, 그녀는 아직 나를 마음속 깊이 동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것으로 그게 이루어질 줄은, 저는 너무 어렵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에?」
「알면 알수록 사람의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한 동시에 위대합니다. 저는 분명 그 궁극이 아니면 자신을 기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요. 저는 위대하지 않은, 그저 작은 생명에 불과했습니다」
토지코가 정말로 바라던 말은, 토지코를 기쁘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자신의 약점을 토지코에게 떠넘긴 말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계속 내게 동경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나는 훌륭하고 전능하려 했다. 그건 한쪽으로 편중된 행복이긴 했지만, 동시에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쓸쓸함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는, 표면상으로의 행복감에 만족하고, 심리의 심연을 꿰뚫어보지 않았다.
토지코는 정말로 나를 사랑했다. 이런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큰 깨달음이었다. 사랑이란 나누어 갖는 것이다. 음식을, 집을, 피를, 마음을. 자신을 건네주고, 상대를 삼키는 것이다.
토지코는 드디어 내 일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웃은 것이다.
「후토, 당신은 앞으로도 제 곁에 있어줄건가요」
「제 생명은, 이미 당신의 것. 분명히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제 말을 들어주세요」
한번 심호흡하고 나서 분명히 말했다. 이 때 빨아들인 공기는, 달콤하며 상쾌했다.
「아무래도, 저는 토지코에게 반해버린 것 같습니다」
후토는 눈을 크게 뜬 후,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했다.
「저는 인간에 가까워졌나요」
「아……」
후토는 하얀 얼굴이 찡그려지고,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토지코를, 소중히 여겨주시길」
11 편지6
제가 잘못했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은, 제 물러터짐과 꿈꾸던 것을 드러낸 것과 그 결과입니다. 부디 더 이상 울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화난 것이 아니고, 당신이 저를 화나게 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자신에게 억울함을 새겨 넣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게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와 당신의 사이에는 아이가 있습니다. 당신은 배가 부풀 때마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만, 매년 태어나고 있지요. 오늘 데려온 것은 츠키시네노 히메미코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 저희들의 가장 첫 아이입니다. 츠키시네를 당신과 만나게 해주는 일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전혀 근거 없는 기대를 했습니다. 요 몇 개월 사이에 당신의 언어와 복잡한 감정의 발전이 두드러지게 보였고, 어쩌면 제 노력에 당신이 응해주지는 않을까 했습니다 우리들의 아이와 만나게 해, 그 품에 안겨주고, 어쩌면 어떤 우발적인 작용으로 단숨에 당신이 회복하는 건 아닐까 하고. ……당신이, 저를 사랑하고, 그게 무언가의 호응하진 않을까 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감정 같은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진 당신을 보고, 현실의 당신도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해버린 것은, 깊게 자책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싫어하게 된 것도, 관계를 끊은 것도 아닙니다. 씁슬하게도, 당신을 그런 눈으로 봐버렸습니다. 인간으로 둔갑한 인간이 아닌 마물이, 그 흉포한 정체를 드러낸 것을 본 것 같은, 저기……. 당신은 정말로, 그런 것에 예민한데.
왜 아직 『여자』인 당신에게 『어머니』를 강요한 것일까.
같이 잡시다. 잠들 때까지 당신의 손과 제 손을 잡읍시다. 당신이 안타깝게 흐느끼며 우는 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등을 돌려 이걸 쓸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이 오늘 일을 잊어버렸다면, 그 때야말로 다시 한 번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나쁘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 죄를 부정한다면, 아무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천재지변이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사람에게도 깨끗한 아기에게도 비극을 주듯, 오늘이 폭풍의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폭풍의 날에, 저희들은 태어나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12 현실6
후토는 토지코와의 부부 생활을 허락해주었다. 토지코를 위해 궁을 준비하고, 소가 가에서 그쪽으로 이사시키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허락해주었다. 부부면서 도교의 수행도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은 후토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소가 저택에서 이교도의 의식 같은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토와 헤어진 뒤, 공연히 호키키미노이라츠메와 만나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으로 그녀를 생각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카시와데 가문의 본거지인 이카루가의, 이카루가 궁에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 가는 일이 많았던 나는 거기를 자신이 정착할 장소로 삼았다.
토지코 역시 이 주변에 살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가 저택에서는 걸어서 반나절이긴 하지만,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세상에서, 내가 아내를 자신의 곁으로 두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묘하게 기분이 들뜨는 것이었다.
뭔가 과자라도 가져갈까 싶어, 같이 있던 사람에게 물어 가까운 마을에 들렀다. 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을은 활기가 넘쳐흘렀고,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닫혀있었는데도 훌륭한 과자 꾸러미를 준비해주었고, 아내에게 줄 거라고 말하니 눈치 빠르게 한 송이의 빨간 꽃도 함께 줬다. 이런데도 돈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다. 대신에 오늘 일은 후세에 전해 여기에 태자님이 찾아온 기념으로 불당을 짓고 싶다고 했다.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내가 걷는 것만으로 사당이 지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그들에게는 그저 행복한 모양이었다.
이카루가 궁에 도착할 때쯤 날이 졌다. 희미하게 불이 켜졌고, 어두컴컴하게 텅 빈 방이었다. 나 이외의 인간이 그다지 들어오면 호키키미는 바로 발광해버리기 때문에, 이런 최저한의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여전히 향을 피우고 있는 것 같은 향기가 나는 방의 중심에, 돌멩이 같은 모습이 있었고, 칸막이 너머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녀라고 알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호키키미?」
「아구, 아구, 아구」
일심불란하게 무언가를 먹고 있다, 고 생각했다. 당황해서 그녀를 잡아당기듯이, 어깨를 잡았다. 이런 시간에 식사 같은 건 없다, 라는 것은 아마도 먹을 수 없는 무언가를 물어뜯고 있는 것이다. 목이라도 막히면 안 된다.
「뭘 먹고 있는 겁니까!」
흑수정 같은 그녀의 눈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위 아래로 훑어보고 나라는 것을 인식하자 옷감 같은 것을 입에 문 채로 입가만 웃었다. 하얀 송곳니가 감춰진 칼날처럼 희미하게 빛났다.
타액 투성이가 된 옷을 억지로 빼앗자, 그녀는 장난감을 뺏긴 아이처럼 「아아」하고 울었다.
「이건 제가 놔두고 간 옷이 아닙니까」
이렇게 누더기가 될 때까지 물어뜯고 있었던 것인가. 하루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아마도 내가 토지코나 정무 때문에 이 궁을 떠나고 있던 3일 남짓 동안, 계속 이 아이는 내가 깜빡하고 놔두고 간 옷을 물고, 빨고 있던 것이다.
토지코가『태자님의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편해져요』라고 내가 벗어던진 옷에 싸여 고양이처럼 잠든 적이 있지만, 지금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런 감미로운 행위가 전혀 아니었다. 집착, 아니, 망집의 영역이다.
「왜……」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은 변함없이,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빨아들이는 밤과 같은 색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건 너무 많았지만, 그걸 물어본들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모든 말이 입으로 나오지 못하고 흩어졌다. 그 때 덜컹덜컹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자신이 선물을 가져왔다는 것을 뒤늦게 떠올렸다.
「과자를, 과자를 사왔습니다. 여기에 오는 도중 가까운 마을에 들려서요. 배가 고프면 이걸 먹으세요」
그녀는 네발로 기어 개처럼 스르륵 목을 뻗어 코로 상자의 뚜껑 냄새를 맡았다. 상자 위에 올린 붉은 꽃의 향기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꽃이 마음에 들었나요. 마을의 여성이 달아준 것이랍니다. 그게 좋다면 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빨간 꽃잎처럼 붉은 입술이 닿더니, 뿌직 하는 소리가 났다. 꽃잎을 입가에서 흘리며 그녀는 씹고 있었다. 맛있어보이지도 않고, 맛없어 보이지도 않고, 말없이 꽃을 먹고 있었다. 우걱, 우걱, 우물, 우물, 우물.
나는 다시 할 말을 잃었다. 꽃을 완전히 다 먹어버리고, 또 단단한 줄기를 갉아먹는 것을 보고 그제야 그걸 빼앗았다.
젊고 아름다운 그 얼굴 그대로, 세상의 즐거움을 모두 알고 끝난 노파처럼 도연해있었다. 그리고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비난하지도 않고, 타이르지도 않았다. 내가 조각하는 불상의 눈과 닮았다. 나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내 뒤에 있는 무언가 큰 개념이나 운명 같은 것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이해한 것처럼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옷을 벗었다. 완전히 알몸이 되고 강렬하게 내게 안겨와 목에 얇은 팔을 걸치고 쇄골을 애무해왔다. 그녀의 긴 혀가 입술을 가르고 침입해, 뱀처럼 내 혀에 달라붙어 뜨겁게 꿈틀댔다. 참을 수 없는 그녀의 향기가 나를 물들인다.
시야가 취했을 때처럼 흔들리고, 이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꼈다. 안아버려, 평소처럼 범하고 능욕해버려. 이 아가씨도 그걸 바라고 있어. 상대는 머리가 망가져버린 변태녀다. 도대체 왜 참을 필요가 있나.
삼켜진다, 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모두 다시 원점이다. 수렁의 아침이 온다. 나는, 왜 여기에 온 것일까.
──그래. 토지코를 향한 마음을 자각한 순간, 나는 호키키미를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절부절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결말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 얻어낼 것이다!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올바른 길을, 인간으로서 사는 왕도를, 내가 마음의 공허를 정말로 채울 수 있는 패도를!
──나는, 당신을, 좋아해.
지금도 난폭하게 유방을 잡아 올릴 것 같은 손을 억누르고 뜨거워진 뺨을 쓰다듬었다. 혀와 입술을 다시 집어넣었다. 눈을 감고 깊게 입맞춤하고 있던 그녀가 작게 눈을 떴다. 그 눈에서 어째선지 그녀의 제정신을 봤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나도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호키키미의 몸을 밀어냈다. 처음 따먹는 과일처럼 알몸을 무기력하게 내보인 채, 크게 눈을 뜨고 있다.
「옷을 입으세요」
「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봉사의 부족함을 혼난다고 착각한 것인지 당황해 내 옷을 벌리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으로 울상을 지으며 더 이상 슬픔 이외엔 어떤 마음도 없었다.
「당신은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겁니까」
어깨를 잡고 흔들자 작은 막대기처럼 그녀의 몸이 흔들렸다. 그 표정은 경악과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불쌍하게도 이 아이는 내가 몸에 질렸다고,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으, 흑…… 으아아아앙」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면서, 호키키미는 자신의 소매를 잡고, 폭포처럼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안아줘도 눈물 비는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눈시울마저 부글부글 뜨거워진다. 깊게 고개를 숙이니, 내 쪽에서도 역시 비가 내렸다.
「뭐냔 말이야, 이 생물은……」
나 때문이다. 내가 가장 추악한 형태로 당신을 계속 예속시켜온 결과가 이거다. 더 빨리 토지코의 마음의 연결고리를 깨달았다면, 당신을 더럽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 때, 그 자리에서 당신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그 백치에 틈타, 당신을 얼마나 마음대로 취급해왔는가. 몸을 탐하고, 마음까지 자위 도구로 삼고……!
「이제 그만합시다. 악몽은 끝내야만 합니다……. 당신도 저도……!」
호키키미는 그 때, 내 뺨에 흐르는 눈물 한 줄기를 정성껏 핥아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언제까지였을까, 두 사람의 심장의 박동만이 들릴 것 같은 공백이 있었다. 이전에 주인과 도구였던 관계는, 지금 완전히 대등해졌다. 마치 체내에 흐르는 피를 모두 공유한 것처럼, 두꺼운 마음의 연결고리를 느꼈다.
「당신의 이름은 카시와데노 호키키미노이라츠메」
「……?」
「카시오데노 호키키미노이라츠메입니다」
「카시, 와……?」
「호키키미노이라츠메」
「아으……호키, 미……미……미……? 야코? 이……이라츠……?」
야코?
「그래요, 조금만 더. 호키키미노이라츠메」
「미, 노, 이라츠, 메」
얼굴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참지 못하고 그녀를 껴안자, 강아지처럼 코 멘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능하다. 아직 이 아가씨는 되돌릴 수 있다. 그녀는 그저 공허하다. 아무 것도 없을 뿐으로, 유(有)를 채워 넣으면 유(有)가 된다. 아무 것도 만들어낼 수 없는 무(無)도, 모든 것을 거부하는 절(絶)도 아니다. 어찌 이리 운이 좋을까.
「저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당신의 남편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질릴 때까지 보상해주겠습니다. 이 마음, 제 몸에 젖어드는 당신의 향기가 보여준 허상이라 할지라도, 진짜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부가 됩시다」
13 편지7
최근 당신은 이상한 공기를 두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정말 간단하게 발광하고 물건을 부수거나,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상처 입히고는 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는데다, 당신은 무언가 달관한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습니다. 저와 이야기할 때도 대개 조용합니다. 그래요, 자세도 좋아졌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이 미치광이라고 눈치 채지 못하겠지요.
츠키시네와 있었던 일은 당신은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 오히려 그 사건이 당신을 지금 이 상태로 바꿔버린 것인지, 제게는 판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만, 비망록이라고 생각하고 쓰게 해주세요.
그 날, 저는 츠키시네와 함께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의 딸을 보여주면 무언가 변할지도 모른다고, 그건 정말로 우연의 발상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당신은 결코 제게 송곳니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날뛰는 모습을 잠시 보지 못한 탓에, 저는 당신이 둥그레졌다고 거의 소원과 같은 확신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츠키시네를 보여주자 당신은 활짝 웃었습니다. 내심 이건 기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여보, 고마워요」 당신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왜 그렇게 머리를 숙여, 딸을 준다는 것처럼 말한 걸까. 그리고 당신이 저를 『여보』라고 부르는 건 정말 두 사람만 있을 때 뿐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있으면 당신은 『태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순식간에 풀렸습니다. 당신은 츠키시네를 안아드는가 싶었더니, 그대로 입으로 옮겨 망설임 없이 부드러운 뺨의 살을 뜯어먹은 겁니다. 츠키시네는 크게 울었습니다. 당신은 주저하면서도 다시 크게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당신을 강하게 밀 듯 때려버렸습니다. 당신은 마루로 굴러가고, 저는 당황해 츠키시네를 안아들었습니다. 당신이 다시 일어서서 딸을 봤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팔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얼어붙은 표정을 보고, 정신이 들어, 괴로운 나머지 벽을 쳤습니다.
이 주먹은 지금껏 당신에게 내려치지 않았기에, 당신에게 있어서 무서운 질책과 처벌로 보였겠죠. 딸과 같은 정도의 큰 소리로 당신도 역시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아아, 라고 나는 슬퍼했습니다. 우리 딸이 아마도 평생 갈 상처를 얼굴에 남긴 것보다도, 그 행위가 나타낸 것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당신은 단순히 제가 주는 것을 모두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던 겁니다.
츠키시네는 상처자국이 있지만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강합니다. 아직 어리기에 오늘의 일도 언젠가 잊어버리게 되겠지요. 당신이 어머니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저도 당신을 내버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옛날 당신은 광기에만 지배당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전부는 아니지만 제정신인 부분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성장하고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무척 건방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저와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죄가 깊은 말일지도 모릅니다만, 그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은 토지코였습니다. 제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모두 토지코였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그걸 모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진정한 의미에서 구원해준 것은 토지코일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저는 당신과 함께 계속 추락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신과 토지코를 똑같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도 우위 같은 건 없습니다.
토지코는 제 양지입니다. 제 마음속 어둠을 지우고, 너무나 충분할 정도로 따뜻함을 무상으로 주었습니다. 당신은 제 음지입니다. 가장 저와 가까이 있고, 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성입니다. 차가워져버린 그림자. 저는 거기에 태양열을 조금씩 옮겨주는 황혼입니다.
저희의 사랑의 원천은 토지코입니다. 하지만 제가 저로 있기 위해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당신입니다. 어느 쪽도 결코 우선 할 수 없습니다. 행위로서는 물론, 본질적으로 위험한 당신에게 눈길을 주고 있지만, 마음의 천칭은 항상 수평입니다. 수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직은 분명 무리겠지만, 언젠가 당신을 토지코와 만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도 역시, 제가 자랑하는 아내니까요.
츠키시네의 일이 있고, 마치 제일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한 번 더 서로를 잘 이해하며 걸어가기 시작하고 싶습니다. 기억하고 있나요,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의 대화를. 아직 7통째라고 하면 좋을까요, 드디어 7통째라고 하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년 단위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말이에요. 사실은 만나고 나서 적어도 100통은 썼답니다. 하지만 제가 부끄러워서 파기하거나, 당신이 분실, 파손해버렸기 때문에 7통째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읽으면 뒤죽박죽인 부분이 있는 건 그것 때문입니다. 특정 내용을 쓰면 당신이 찢어버린다는 것도 있었죠. 찢어지고 싶지 않으니 여기에는 쓰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면 이제 쓸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해야할 과거도 아무래도 사소한 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미노이라츠메, 여기까지 잘 노력해주었습니다. 또 같이 열심히 노력해봅시다. 언젠가 같이 미나리를 따러 갑시다. 꼭 같이 토지코와 만나러 갑시다. 계속 같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만약 운 좋게 제가 선단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죽음 너머까지도 당신을 데려가겠습니다.
14 현실7
귀가 멀어졌다. 사람의 욕념을 읽어낼 수 있는 귀가 조금씩 듣기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목소리로 판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금은 단순한 소리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다. 아직은 힘들게 판별할 수 있지만…… 세세하게는 알 수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최근에는 몸 상태도 대단히 안 좋다. 나른함이 사라지지 않고, 음식도 그다지 많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것도 그렇고, 몸 상태 불량도 그렇고, 아마도 오랜 도교수행이 본격적으로 몸을 망가트리기 시작한 것이겠지. 겉모습은 늙지 않긴 하지만, 이제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 선단은 항상 독과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나마 행운이라고 한다면, 후토히메처럼 불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일까. 토지코 사이에는 드디어 얼마 전 배 안에 있다고 알게 된 아이를 포함해 4명의, 미노이라츠메 사이에는 쌍둥이가 태어난 것도 있어 그 이상으로 풍족한 자식이 있었다. 처음으로 태어난 남자아이는 토지코와 나 사이의 장남, 여자아이는 미노이라츠메와 나 사이의 장녀로, 각각 야마시로, 츠키시네라고 이름 지었다.
미노이라츠메, 호키키미노이라츠메를 말한다. 그녀는 조금씩 이것저것을 기억해가고 있다. 말다운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그녀와 마주 보고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무척 기억력이 나쁘고, 백을 가르치면 하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게 한계라는 것. 그것도 하룻밤 자고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말로서 하는 표현이나 이해가 매우 서투르다는 것. 그래서 조금씩 기억하게 만드는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방금 말했듯이 기억력이 없기 때문에 아직 불충분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때때로 가르치지 않은 말을 쓴다는 이상한 일이 있기도 한다.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것. 이 홀(笏)도 8개째지만 이미 잇자국이 생겨있다. 특히 내가 매일 애용하는 것을 방에 남겨두고 오면, 며칠도 안 되서 끔찍할 정도로 물어뜯겨 있었다. 이 홀도 연한 나무를 사용하고 있고, 그녀의 이를 생각해 너무 단단한 것은 몸에 달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성욕이 강한 것. 잠깐 시간을 두면 금세 나를 원하는 아이였다. 이 욕망이 잡음이 되어 다른 욕망을 전혀 읽어낼 수 없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 원인은 역시 이거였겠지. 그녀와의 성관계는 싫지는 않지만, 항락적에 불과했다. 배에 만삭의 아이가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니, 그녀에게 임신이라는 개념조차 없을지도 모르지만.
또 그녀의 체취는 형언할 수 없는 향기로 성욕을 자아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얽매여 무너져내려버릴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호키키미노이라츠메라는 이름의 마지막, 미노이라츠메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 전까지는 호키키미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미노이라츠메가 그녀의 애칭이 되고, 거의 공식 이름이 되었다. 미노이라츠메도 묘하게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분명 태자님이랑 꼭 닮은 훌륭한 인물로 자라줄 거에요」
토지코는 손을 모아 기쁘다는 듯이 말했다.
「……자기 아이가 있다는 건 신기한 기분이네요」
토지코를 위해 준비한 궁은, 이카루가 궁과는 전혀 다르게 밝고, 언제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정취 있는 곳이었다. 새로 지었기 때문인지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마루판이 조금씩 삐걱거렸다.
「아직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네요」
야마시로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는 혼자서 서는 것도 빨랐고, 총명한 아이였다. 아, 야마시로가 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종과 북과 나무를 치는 듯한 소리.
「아!」
토지코가 크게 소리치고 난폭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거기에 있던 건 후토였다. 궹궹궹하고 후리쓰즈미(振鼓)를 한 손으로 돌리고, 이외에도 소리가 날법한 것을 죄다 옷의 끈에 단 이상한 모습이었다.
「오오 귀엽구려 귀엽구려. 토지코랑 닮아 똑똑해 보이는 아이구려」
내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평온한 미소였다.
「후토! 어느새 숨어 들어와서 또 멋대로 내 아이를!」
「뭐라! 나는 야마시로의 할머니네! 언제 만나러 오든 상관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은가! 」
「너 같은 할머니가 어디 있어!」
참 떠들썩하네요.
「얌전히 잘 있었나요, 야마시로」
「네, 아버지」
「애초에 뭐냐고 그 차림! 태자님의 아이에게 모노노베의 수상한 춤을 보여주지 말란 말이야! 교육에 안 좋다고!」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건 신성한 춤의 의상으로 정말로 특별할 때밖에 입지 못하지만, 종교전쟁으로 혼란 속에서 빌려 온 단벌옷이라네! 니기하야히노미코토와 우마시마지노미코토의 가호가 이 아이에게 깃들게 말일세!」
「그거 모노노베 씨족신이잖아! 모노노베의 망령은 집으로 돌아가서 기분 나쁜 축사라도 비나이다 비나이다 읊으란 말이야!」
「그대야말로 우리 아이를 위해 적신(敵神)이라도 숭배할 수 있는 도량을 보이지 못하겠나! 이래서 소가는! 이러니까 소가는!」
「웃기지 말란 말이야, 후토!」
「이봐요, 여러분이 좀 얌전히 있으세요」
──하지만 뭐, 즐겁게 살고 있는 듯하니 다행이다. 후토에게는 귀여워할 자식도 손자도 없었으니까,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 정말로 당신은 변했습니다. 아니, 모두 변하게 됐다…… 는 거겠죠.
저녁에는 이카루가 궁으로 돌아왔다. 궁녀에게 식사는 필요 없다고 전하고 그대로 미노이라츠메의 방으로 갔다. 거의 저 곳이 내 침실이며, 서재가 되어있었다. 요즘은 이전보다 날뛰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조금씩 가구나 서적이 늘어나 검소하면서 불편하지 않는 방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불빛도 제대로 없는 감옥 같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문제도 느끼지 않았던 내가 가장 어떻게 된 걸지도 모른다.
복숭아를 잔뜩 사왔다. 잘 익어 껍질이 벗겨질 것 같았다. 토지코와 미노이라츠메는 이걸 좋아했다. 놔두면 껍질째로 먹어버리는 미노이라츠메도, 복숭아의 경우 씨앗은 너무 커서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리기 때문에 더 좋았다. 복숭아라는 건 도교에서도 신성한 음식으로 남으면 남는 대로 내가 쓰면 된다.
저 두 사람, 마치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닮았을지도 모른다.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그리고 이건 내가 자세히 타인의 욕망을 읽어내지 못하고 소리로밖에 알게 되지 못하고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연주하는 음색이 역시 아주 닮았다. 우연인지, 내 아내라는 영향인지, 두 사람의 마음씨는 제법 가깝듯이…….
「날 개어, 부는 바람, 신유의 머리칼을」
다리도, 숨도, 생각도, 깜빡임도, 모든 것이 멈췄다. 처음에 생각한 것은『미노이라츠메의 방에 누군가가 있다』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최저한을 넘는 일을 하지 말라고 이카루가 궁의 전원에게 전해두었다. 무엇보다 그건 명백하게 미노이라츠메의 목소리였다.
말도 안 된다. 그녀는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의미 있는 문맥을 만들지 못한다. 그 이전에도 이건, 내가 미노이라츠메의 곁에서 만들어 읊은 한시가 아닌가!
「미노이라츠메!」
희미한 불빛이 비추어지고 그녀는 이쪽을 보았다. 조용한 눈이었다.
「지금 건」
내 기대가 보여준 환상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의 입술이 확실히 움직였다.
「얼음 녹은……」
그 이상은 계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소매로 쓱쓱 눈이 뜨거워질 정도로 문질렀지만, 그래도 닦아낼 수 없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몇 년, 기다린 걸까요……!」
「여, 보?」
그런가, 분명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기억하는 법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무턱대로 단어나 글을 가르쳐도 소용없고, 당신은 거기에 장단을 붙인 문장이라는, 마치 어조를 맞춘 것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울지, 마세요……」
작은 어휘로 말하는 그녀는, 봄의 태양이 가려진 것처럼 슬픈 얼굴로.
「분명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들어주세요」
「네……」
나는 한마디씩 곱씹듯이 말했다
「당신은 앞으로 더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저입니다」
「제 분신입니다」
「제 가능성입니다」
「토지코가 제게 그렇게 해줬듯이, 저도 당신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 부을 겁니다」
「제가 당신을 사람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저를──」
미노이라츠메는 신묘한 표정이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건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나의 과거와 『위정자(僞政者)』의 번민이었다.
「7살 때, 저는 인간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는 펼쳐졌습니다. 모든 것이 밝고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의 마음이 전부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노이라츠메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떠오른 해는, 눈부시게 쏟아져 나오는 인간의 욕망은, 그 작열로 제 눈을 불태웠습니다. 제 그림자를 짙게 했습니다. 사람들의 추악함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손을 보았다. 얼룩처럼 지금까지 죽여 온 인간의 피가 떠오르고 있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습니다. 추악한 인간들을 조종하고, 적어도 내 뜻대로 사는 것이 제 나름대로의, 이 너무 밝은 세상의 복수였습니다.」
미노이라츠메는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내가 펼친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왔다. 따뜻하고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한층 더 아이러니한 음색을 담아 이어갔다.
「그리고 그건 가능했습니다. 엄청난 공허함과 함께」
「슬퍼……요?」
나는 수긍하고 눈을 감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 세계는 저를 위해 적절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하고 실망── 절망했습니다」
미노이라츠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내가 무언가 소중한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 기어오는 뱀처럼 새우등을 하고 몸을 뒤집었다.
「하지만 토지코가 가르쳐줬습니다. 그래도 더욱, 인간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토지코……?」
「저는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추악한 욕망만 보고 모든 것을 안 것 마냥, 그 이외에 눈을 돌렸습니다. 나쁜 욕념을 보여주어 사람의 마음을 잃어가는 자신을 긍정하고 싶었던 거겠죠. 제 그림자를 깊게 한 사람들이, 저보다 빛나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을……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됐다, 어렸던 내가 맹세한 복수는, 슬슬 완결시켜야 한다.
「사람은 모두 악하며, 모두 선합니다. 모두가 현명하며, 모두가 어리석습니다. 그저 그것뿐인 것입니다.」
나도 당신도 같은 것이다.
「당신은 분명 잊어버리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또 전해주겠습니다 」
「당신이 저를 잊어버려도, 저는 당신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을 더 알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저를 새겨 넣고 싶습니다」
「백날 밤도 천날 밤도 넘게, 제 이야기를 합시다」
「그것조차도 당신이 잊어버린다면, 몇 번이고 만납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당신과 정말로 만나는 날까지──」
손을 잡아 끌어당기자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내 품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뺨을 비비고, 서로의 이마를 긁적였다. 섞이는 숨, 가슴까지 자란 당신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좋은 향기가 피어오른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당신의 남편입니다」
15 편지8
드디어, 만났군요.
16 현실8
오늘, 마지막 편지를 쓰려고 했다. 가슴이 벅차 무엇을 써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평소처럼 내 이야기를 머리맡에서 해준 후, 평소처럼 잠들지 않고 그녀는 자꾸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줄로만 알았다.
「죄송……해요……!」
「왜 우는 건가요」
「흑, 흑……」
「당신이 사과할 거 없어요」
뚝하고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 전율을 남겼다.
「정말로 사과해야하는 건 바로 저──」
「여보」
「이제 됐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하니까」
틈새를 서로 메워주듯이 안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어느 한 쪽이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망가질 정도로 끌어안았다. 무엇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역시 그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과장이 아니라, 오늘 세계가 끝나기에 그걸 무언가의 감각으로 재빨리 감지한 그녀가 끝나는 것을 말로서 나타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저는, 미노이라츠메」
당신의 아내여서, 행복합니다, 라고.
세계는, 정말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오랜만이네요 토요사토미미님. 아니, 이젠 태자님이군요」
푸른 땅거미가 진다.
「30년만……이던가요」
「늙으셨네요, 몸도 마음도」
「당신은 여전하군요」
「멋지죠? 금강불괴의 몸」
경국의 선녀, 세이가 냥냥──
「단도직입 적으로 말할게요. 당신과 후토히메는 이대로 가다간 선인이 되기 전에 노병으로 죽을 거에요」
접대용 미소로 그녀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시해의 선단을 지어드릴게요」
함정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욕망의 목소리가 이젠 들리지 않는다. 이젠 그 때와는 달리 그녀의 속셈을 간파할 수 없다.
「그만큼 수행으로 몸이 약해진걸 보니, 지금도 불로불사가 되고 싶으신 거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남겨지는 두 아내를 신경 쓰고 계신 건가요?」
「……그렇게 일일이 따져야겠습니까?」
아무래도 이 선녀, 내 아내까지 조사해온 모양이다.
「우후, 그걸 위해 저 노력했어요」
손가락 3개를 펴며 그녀는 말했다.
「3개, 선단을 준비해드릴게요」
「3개……!」
「그래요 3개. 저를 신용할 수 없다면 실험용으로 사용해도 좋아요. 후토히메에게 사용해도 좋아요. 아내에게 사용해도 좋아요. 어때요, 멋진 흥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제가 토지코와 미노이라츠메 중 하나를 고르란 말입니까!」
「어머나, 물론 후토히메를 죽게 내버려두고, 두 분에게 써도 괜찮긴 하지만요?」
「이해해주세요, 없는 걸 만들어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이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한계랍니다」
「큭……!」
이 사선……!
「좋은 대답,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17 편지9
여보 도망쳐요 이대로 가다간 당신을
먹어버릴 거야
틀린 부분이 있으면 나중에 적당히 수정하겠습니다.
태그:
- Carcharias!
- 동방
- 동인지
- 예대제10
https://www.sunmism.com/2950
어라 왠일로 내가 1빠
스크린샷 부분에서 현실 2 첫부분 잘못 올리셨네요. 고쳐주세요.
그러니깐 요약하자면,
원래 태자와 후토가 있었고 후토가 자기 모노노베 가문의 다른 오라비 니에코와 혼인한 상태였는데 종교전쟁으로 모노노베가문이 죽고 남은 니에코의 다른 아내의 자식들중 하나였던게 토지코 엄마인 카마히메였고, 이 카마히메가 토지코 아빠인 우마코와 첨 결혼했는데 태자가 후토를 곁에 두려고 일부러 카마히메를 간접적으로 죽였다. 그리고 그 대가로 토지코와 결혼한다는, 말그대로 토지코를 이용해먹은 쓰레기였다는.....(게다가 10살정도밖에 안된 애한테 그런짓을. 후토에게 맞아도 싸지).
그런데 이라츠메라는 색욕에 가려 욕망을 읽을수 없는 광녀를 만난뒤 첨에는 그녀에게 그저 욕정때문에 빠지고 결혼까지 했는데 다시만난 토지코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진심으로 토지코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아리츠메도 제정신으로 되돌려주겠다고 결심한 뒤에 두 아내에게서 애들도 얻으면서 지금까지 왔다는거네. 미야코란 이름도 어떻게 나왔는지도 대충 나왔고, 아리츠메와의 관계도 이제야 밝혀졌네. 혹시 잘못요약된거 있으면 답글 부탁요. 근데 그럼 처음 외전에서 후토가 친오빠 모리야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는 뭐였지?
그러니깐 요약하자면,
원래 태자와 후토가 있었고 후토가 자기 모노노베 가문의 다른 오라비 니에코와 혼인한 상태였는데 종교전쟁으로 모노노베가문이 죽고 남은 니에코의 다른 아내의 자식들중 하나였던게 토지코 엄마인 카마히메였고, 이 카마히메가 토지코 아빠인 우마코와 첨 결혼했는데 태자가 후토를 곁에 두려고 일부러 카마히메를 간접적으로 죽였다. 그리고 그 대가로 토지코와 결혼한다는, 말그대로 토지코를 이용해먹은 쓰레기였다는.....(게다가 10살정도밖에 안된 애한테 그런짓을. 후토에게 맞아도 싸지).
그런데 이라츠메라는 색욕에 가려 욕망을 읽을수 없는 광녀를 만난뒤 첨에는 그녀에게 그저 욕정때문에 빠지고 결혼까지 했는데 다시만난 토지코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진심으로 토지코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아리츠메도 제정신으로 되돌려주겠다고 결심한 뒤에 두 아내에게서 애들도 얻으면서 지금까지 왔다는거네. 미야코란 이름도 어떻게 나왔는지도 대충 나왔고, 아리츠메와의 관계도 이제야 밝혀졌네. 혹시 잘못요약된거 있으면 답글 부탁요. 근데 그럼 처음 외전에서 후토가 친오빠 모리야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는 뭐였지?
1000번째 동인지이자 소설 잘봣습니다.
아아 이 정신나간 분량...
위에 스포 삭제해라 번역자분 고생한거 모르냐
심기루 미코 나오고 한시간만에 일러를 그렸다는 그서클!
이렇게 이어지나... 미코도 결국 나이는 못 당한다는 거군요.
이제 이야기는 종장으로...
정신지체 아내를 둔 한 로리콘의 이야기.....는 농담이구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흥미진진해서 쭉 전부 읽었네요
그런데 전편에 설명이 되었던가요 왜 소가의 수장이라고 하는 우마코가 모노노베의 모리야와 결혼하게된거죠?
종나 길어..... 홍수 범람한 량이네요
오랫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외전 덕에 본편이 이해가 가네요
마지막 편지 8이랑 그이후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데 편지9번은 미노이라츠메가 쓴건가요?
'황제'라는 단어가 '미카도(帝)'를 의역하신 거 같아서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저 시대엔 '오오키미(大王)'로 불러야 정확하다는 별 시덥잖은 사족 하나 달고 갑니다.
마지막 부분이 섬짓하네요
와진짜 ;; 마지막보고 개섬뜩하네요. 역시칼카리아스는 최고, 그나저나 편지 9는 미노이라츠메가 쓴건가 ; 젠장재밌어! 빨리다음편나와라!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긴걸 전부 번역하시다니...
어우 길다 그래도잘봣어요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 이렇게 긴 글을 다 읽게 될까 했고 정신없이 읽었다는 댓글을 보고 진짜 이 글을 그렇게 읽게 될까 했는데 읽다보니 어느세 끝났네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작품을 만들어낸 것을 보니 그 열정이나 능력이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 써야지! 하며 몇 년간 이리저리 망상을 굴린 동방 팬픽이 있거든요. 덕분에 뭔가 의욕같은게 생겼습니다. 여러번 볼 가치가 있는 시리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