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편인가 했더니 소설이라서 걸러놓은건가봄.
기왕 봤으니 올려둠.
기·후토히메와 카마히메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 있어?」
「──복수를 위한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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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신룡과 같은 분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카마히메」
「후토히메 님도, 아니 어머니도 별일 없으셨는지요」
「격식 차리지 않아도 되네. 그런데 그 아이는 누군가?」
「미야코노이라츠메…… 미야코라 합니다」
「미야코라?」
「제 동생인……」
「아아, 미안하구먼. 기억이 났네. 그래, 미야코는 내 딸이지 않나」
「미야코, 가만히 있지 말고 어머니에게 인사하렴」
「아, 아」
「죄송해요 이 애도 참, 어머니를 뵐 수 있다는 걸 1달 전부터 너무 기대하느라, 가슴이 벅찬 모양이네요」
언니는 내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나의 어머니, 모노노베노 후토히메는 천하에서 가장 신에 가까운 여자다. 굴욕의 종교전쟁 이후 와해될 뻔한 모노노베 가문을 여자의 힘 하나만으로 한데 모으고, 신의 입이 되고, 신의 손이 되고, 일족을 이끌어온 성녀.
나는 그런 분의 막내딸이었다.
어머니는 수호신에게 봉사하는 사이구라는 입장이었기에 가족이라 해도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처지. 내가 태어나고 몇 개월 지났을 때를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어머니께서 깨끗이 해주신 이 몸을 빛나게, 그리고 나누어받아 흐르는 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위대함을 안 이후 약간의 더러움이나 상처조차도 입지 않도록 살아왔다. 피부가 더러워지면 어머니가 더러워지듯, 상처를 입으면 어머니가 상처를 입듯, 피를 더럽히면 어머니를 더럽히는 것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의 말에는 아무런 과장도 없다. 나는 한 달 전에 어머니와의 면회가 허락되어, 북받쳐 오른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번롱당하고 있었다.
「미야코, 벌써 7살이 되었는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이렇게 작았는데 말일세」
「그럼 콩 같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런데 카마히메, 소가 저택은 익숙해졌는가. 모노노베의 여자로서 우마코의 아내이면 비난도 클 것인데」
「우마코 님에게 시집을 간 것도 벌써 몇 년 전 이야깁니다. 딸도 태어났구요」
언니는 카마히메라 하여 소가 가문의 당주. 즉, 소가노 우마코에게 시집을 갔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언니는 종교전쟁 후, 인질로서 치욕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가는 모노노베의 여자를 손에 넣어 전쟁의 승리를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겠지. 언니는 굴욕을 삼키며 증오하는 원수의 아내가 되는 것으로 소가의 공격을 제지한 것이다.
언니를 깨끗한 인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니, 확실히 말해 어머니에게 받은 신체를 그런 형태로 더럽힌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는 고립되기 쉬운 내게 상냥했다. 그래서 불순물이 많은 경애를 표하고 있었다.
「그럴 수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단 말인가. 사이구 같은 일을 하고 있자니 세월의 감각이 없어져버리는 게야」
「이름은 토지코라 하옵니다」
「또 난의한 이름을 지었구먼. 『토지』란 아내라는 의미의 『토지(刀自)』인가?」
「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랍니다. 우마코 님은 이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에게 시집보낼 생각이시니까요」
어린 시절의 나는 젖을 떼는 게 늦었고 덤으로 어머니와도 만나지 못했기에 젖이 부족해 잘 울었던 모양이다. 소가로 시집을 가 아이를 낳은 언니는 그런 내게 젖을 물려주며 키워주었다.
언니가 소가 쪽에서 낳은 딸은 토지코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같은 젖을 먹으며 자랐을 토지코라는 아이에게 기묘한 친근감을 품고 있었다. 품고 있었을 뿐으로, 만나본적은 없었지만.
「딸이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그런 어머니의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어, 어머니!」
「왜 그러느냐?」
둑이 터지듯 말이 넘쳐 나왔다. 거의 미리 준비한 말이었지만, 막상 그 때가 되니 말이 뿔뿔이 도망치는 것 같았다.
「만약, 만약 모노노베 저택으로 오실 수 있으시다면, 딸로서 최선을 다해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가, 미야코가 말인가…… 기대되는구먼」
「저는, 이 시대에서 모노노베를 재흥시키기 위해…… 여자의 몸으로 모노노베를 재흥시키고, 소가를 타도하려 하는 어머니를 마음속 깊이 자랑스럽게……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후. 어린이가 그렇게 격식 차리지 않아도 된다.」
어머니의 손이 살짝 내 뺨을,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차가운 손의 감촉은 사람이라기보다 어쩐지 도마뱀의 배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바쁘단다. 가벼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다른 이와 만나지도 못하네. 다음에 그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언제가 될지」
「궁궐 바깥은,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반쯤 울면서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었다.
「착하다 착해. 언젠가 단풍 구경을 가자꾸나. 그 때는 나를 명소로 안내해주려무나」
「네…… 네……!」
포옹해주시는 가운데 나는 어머니의 심장소리를 찾아보았다. 두꺼운 옷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어머니인지 옷인지 제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무심코, 사람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없앨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또 울었다.
신이 나를 포옹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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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어머니가 아니었나!」
목이 불타도록 외쳤다. 멀리서 후토히메가 아연실색하며 흘겨보고 있었다. 목소리는 아마도 들리고 있고, 그 증거로 지금의 말로 후토히메는 걸음을 멈췄다.
「언니가, 카마히메가 얼마 전에 죽었다. 나는 카마히메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고, 알아버렸다!」
2~3번 주저한 뒤, 나는 다시 크게 소리쳤다. 그건 내가 목숨보다 소중히 하고 있던 모녀라는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말이라고, 여기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후토히메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라고!」
경호하는 이들도, 후토히메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이들도, 크게 웅성거렸다. 단순히 무례한 발언이라고 여겨 웅성거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새파래지는 이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기는커녕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당신은 소가와…… 그리고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지금은 제사가 한창입니다! 미안하지만 돌아가 주시오!」
그 때, 힘을 잘못 준 것인지, 나를 제지하던 남자가 강하게 배를 밀어 나도 모르게 뒤로 넘어져버렸다. 엉덩방아를 찧는 형태로 넘어졌을 때 나무 울타리에 관자놀이를 부딪쳐 둔한 아픔이 느껴졌다. 거길 만진 손가락에 끈적끈적한 붉은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분명 이전의 나라면 미친 듯이 이 남자를 질책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쓴웃음이 나왔다. 피를 흘리며 웃는 모습에 남자들은 떨었다.
「나는 누구의 딸이냐, 누구의 딸이냔 말이다, 후토히메!」
「미야코 님! 피를 흘리는 자는 불결하다고 여겨져, 이소노가미에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자리는!」
「그렇군…… 그래서 아이를 밸 수 없는 여자는 형편이 좋다 이건가?」
「미야코 님!」
「후토히메! 당신은 소가를 저주하지 않겠다고 신들을 받들었던 게 아니었냐!」
──분명 나는 더 이상 무사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돌아간다 해도 있을 곳 따위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정말로 그 여자의 딸이라면, 이 자리에서 피를 전부 흘려 죽어버리고 싶다.
한 커다란 남자가 눈앞에 섰다. 같은 신관인 나의 아버지인 니에코와 자주 함께 다니는 남자였다.
「후토히메님이 미야코님에게 전언이 있었습니다.」
「말해봐라」
「……지금은 목욕재계가 한창이니 만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질리도록 들었다!」
「그리고, 그만 싸우지 않으면 있을 곳을 잃어버릴게다, 라고」
「뭐……?」
엄청나게 빨간, 이 피보다도 붉은 분노가 솟아났다.
나는, 돌아갈 장소를 걱정하면서 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런 건 그런 말을 듣기 전부터 모두 버리고 왔다! 그러해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전부 뒤덮는 중대한 거짓말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것이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이 참에, 후토히메가 어머니가 아니었다는 사실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도 중대한 일이 분명히 있다.
「카마히메는, 살해당했어. 너희들에게ㅡㅡ」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이 들고 보니 후토히메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어머니, 단풍구경, 하고 싶었습니다.」
때는 가을, 낭만의 낙엽이 온데 깔리는 시기였다.
승·토지코와 청아
「그러니까, 이런 결말밖에 없어」
「복수를 위해 살고, 복수를 위해 죽는 거구나」
「죽어도 복수, 할 수 있잖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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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울고 있었다. 카마히메의 방에서, 어머니의 잔향에 기대듯 울고 있었다.
「네가 카마히메의 딸 토지코인가」
「언니, 누구야……? 어머니랑 아는 사이야?」
「알겠느냐 토지코. 너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 지금 당장 내가 데려가마.」
「에? 에?」
「여긴 짐승의 소굴이다. 소가도 모노노베도 태자조차도 너를 제물로 삼으려하고 있다.」
목소리 크기를 억누르면서도, 열을 담아 나는 말했다.
「분명…… 아니 아마도 나는 너의 육친이다. 나에게 있어서 제대로 된 육친은 이제 너뿐이란 말이다.」
토지코는 울음을 그치고 똑바로 이쪽을 바라봤다. 나는 더 분별없는 아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당황했다. 그러지 않더라도, 그런 신분도 수상한 인간이 갑자기 찾아와서 시작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잘 듣거라, 토지코. 앞으로 너는──」
토지코의 몸에 일어날 일, 아마도 일어난 일을 말해주었다. 후토히메와 태자가 감춘 악행을, 추측을 섞어 왈가왈부했다. 소가와 모노노베의 치부를 늘어세웠다. 너무 흥분하여 거짓말도 했다. 토지코는 소리도 내지 않고 수긍도 하지 않고 똑바로 나를 보고 있었다.
혼잣말을 계속하던 도중 갑자기, 무언의 토지코가 내 모든 것을 꿰뚫어보듯이 여겨져, 반쯤 매리잡언이 된 말을 멈췄다. 동시에 가슴 안쪽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져서, 그걸 메우듯 토지코를 끌어안았다. 딱딱한 몸이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인물은 아직 본적 없는 토지코였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토지코에 대한 친근감이나 공감은 지금 분명한 이름을 가지고 내 마음 속에 있었다.
내 상상이 올바르다면 이 아이 앞에는, 아니 발밑에는 이미 황천의 길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내가 이렇게 네게 열중하느냐 하는 것은 분명 너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토지코. 왜냐하면 네게는 있을 곳이 있다.
내게는 이제 없다. 가짜 인생을 향한 변명도, 운명에 대한 미미한 저항도 맞바꾸어 전부 버리고 왔다.
그것이 내 전부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죽어버려도 어쩔 수 없는 들개가 된다는 것을 알아도,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내가 너를 데려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순수하게 서성이는 너를 내버려둘 만큼 내 목숨에 가치 같은 건 없었던 거야.
「지금만큼은 나를 믿어라. 카마히메의 유품 정리를 명목으로 몰래 들어왔지만, 그다지 오래 있을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밖에서 얘기해주마, 만약 그러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돌아와도 상관없다. ……그래도 지금은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면, 이 편지를 읽어다오.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이 저택을 빠져나가 만날 시간과 장소가」
「태자님을 바보 취급 했겠다」
넘겨준 편지는 찢어졌다. 토지코에게 눈은 조용한 분노의 색을 띄고 있었다. 대기가 찌릿찌릿하고 튕겨 공명한다. 모노노베의 피가 가진 신통력의 질주 같은 것이었다. 무심코 주춤했다.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거냐?」
「태자님을 바보 취급 했겠다」
──그런가, 토지코는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울음을 그친 것이 아니었다. 내 난폭한 충언을, 가열한 폭언으로 들었던 것이다. 지금 한 순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예상이 물렀다. 그 태자가 이렇게 작은 토지코를 설마 농락 하지는 않을 거라고 우습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알겠냐, 너는 그 녀석에게 세뇌당한 거다. 이대로 가면 마음대로 조종당해 쓰레기처럼 버려질 거다……!」
「나가! 태자님의 적은 내 적이야!」
정신이 아찔해졌다. 설마 10살도 되지 않은 토지코에게도 이미 그 태자의 손이 닿아있었단 말인가.
그 모든 것의 주범인…….
「너는 이미 거기까지……」
「뭐가 『이미』야! 태자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태자님이……!」
「눈을 떠라! 너도 어머니처럼 속아서 살해당하고 싶으냐!」
「태자님은 나를 속이지 않아! 그 분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어!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열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아니, 새파래져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세계는 꼼꼼히 조정되어 닫혀버린 것이다, 라고.
분명 이 아이는 가짜 행복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음참한 본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보아도 믿지 못하고.
그것도 행복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걸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렇게 와버렸다.
나도 망설였다. 그렇기에, 아무리 네 결심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다.
「녀석의 총애는 네게는 덫이다.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죄수에게 씌우는 칼이다……!」
토지코에게서 눈을 돌리고, 쉬어서 망가져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살에 맞아 죽음을 깨달은 짐승처럼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크게, 절망적일 정도로 엇갈렸다.
참기 힘든 침묵이었다. 다음 말을 계속 하려고 했지만 나오지 않는다.
나는 네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 행복이라는 것이 거짓말과 악의로 가득한 것이어도, 쾌락을 준다면 그걸로 괜찮단 말인가.
이런 무의미하며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ㅡㅡ나는 후토히메의 전언을 업신여겼지 않느냐. 무엇이 다르단 말이야, 미야코 님?
「토지코. 들어다오, 나는 너의」
「닥쳐…… 너 같은 건 몰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토지코!」
「나는 그 분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 말이야!」
토지코가 사람을 부르고 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있을 곳을 잃었다. 기대고 싶은 사람도 지키고 싶은 사람도 없는 인간이 된다. 아니, 이제는 인간이지조차 못하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토지코는 앞으로 새장 속에서 비탄에 잠겨 살아가는 불행한 새 같은 것이 아니다. 놓아준다고 해서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살 수 있는 생명도 아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은 이제 너를 죽을 때까지 놓치지 않는다.
네가 부럽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갈 수 있구나. 나는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마, 열등감이 물들어있었던 것이다. 자매와도 아버지와도 소원했고, 모두 어째선지 나를 매정하게 대하고, 덤으로 일족은 멸망하려하고 있다. 게다가 혼자서 맞선 후토히메가 내 어머니라고 믿고, 자랑스러워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후토히메를 경애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걸 배신당하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쌓아온 과거 그 자체가 독이 되어 이 몸을 삼켜버리니까.
네가 부럽다. 밉고 슬프다.
너는 분명 배신당하고 또 배신당해도, 피지 못하는 꽃을 피우려하며 살아가겠지. 자신을 살려온 따뜻한 손이 갑자기 너를 목 졸라 죽일 때까지. 아름답게 잔혹하게 지는 날까지.
좋다, 토지코, 나는 말하지 않으마.
너와 같이 노래하기엔, 이 노래는 너무 슬프구나.
지금은 그저, 네 행복을 염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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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당신, 죽는 건가요?」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앞에서, 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져있었다.
토지코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소가의 하인에게 붙잡혀 모노노베 쪽으로 넘겨져, 산길에 접어들었을 때 일부러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트려, 거기에서 산속을 돌아다니다 지금에 이른다.
운 좋게도 초목이 우거져있었기 때문인지 굴러 떨어진 높이에 비해 상처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구하러오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모노노베 쪽에서도 나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존재였던 것이었다.
「이런 실례, 보아하니 고귀한 분이신 것 같군요. 그 목숨, 쓸모없이 버리실 것이라면 제게 넘겨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찾고 있었다. 사선」
「어머」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기피당하는 아이는, 이대로 어딘가의 저택이나 신궁에 억지로 집어넣어 죽을 때까지 방치하게 되어있었다. 고귀한 미치광이의 처리방법이다.
때마침, 이 산에는 사람의 고기를 먹는 짐승과, 사람의 마음을 먹는 사선이 산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만나는 게 빠를까 하고 생각했었다.
나는 내기에서 이겼다.
「사선을 일부러 찾으셨다구요? 당신의 목적은 대체」
「복수다」
독살스럽게 새파란 선인은 크게 눈을 떴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후토히메. 그들을 멸망시키기에 부족한 힘을 다오」
「후후…… 우후후」
「뭔가, 이상한가?」
「아뇨, 멋지구나 해서요. 멋져요, 정말 멋져요」
사선은 여봐란 듯이 다리에서 부적을 꺼내, 내 손에 붙였다. 무수의 찰과상이 있었던 손등이 상처 없는 부드러운 피부로 돌아가는 모습에 숨을 삼켰다.
「짐작대로 저는 사선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청아 냥냥이라고 조국에서는 불리고 있었지요.」
「나는 미야코…… 모노노베노 미야코노이라츠메라고 한다. 이제 돌아갈 곳도 없어」
「그거 참 잘 됐군요. 귀속할 장소가 있다면 사람의 마음은 약해집니다. 올바르고 타당한 행동만을 반복하여,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만 하는 하찮은 삶이 됩니다. 당신은 그 영역을 초월하고 싶은 것이지요, 미야코 님?」
오싹해진다. 이 사선, 내가 긍정당하고 싶은 부분을 가로채가듯이 기어 올라온다. 창부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귀에 기분 좋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제 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선이에요. 해서는 안 될 짓을 잔뜩 알고 있고, 잔뜩 해왔답니다. 당신에게도 시킬 거예요.」
「어중간한 올바른 길 같은 건 처음부터 원하지도 않았다. 네게 이용당해서 끝난다면 내가 그 정도의 인간이었다는 거겠지」
내게 붙어있던 치유의 부적이 푸른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몸이 원래대로, 아니, 원래보다 더 잘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일어서서, 나를 내려다보던 사선과 마주봤다.
「──당신은 인간이길 포기할 수 있나요?」
「귀신이든 마물이든 될 각오는 되어있다」
단언한 내게, 사선은 크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에?」
「귀신이든 마물이든 되다니, 당신 자신의 의지로 그런 사람들을 심판할 수 있는 거 같지 않습니까」
쓱 얼굴을 들이대며 그녀는 말한다. 눈동자 안에 나는 재앙의 신을 보았다.
「그저 한 자루의 흉기가 될 수 있느냐, 라고 말하고 있는 거랍니다. 한 줌의 독약으로, 한 개의 독침으로. 설령 당신이 당신이지 않게 되더라도」
막간·미야코와 청아
「나 같은 걸 신용해도 되는 거야?」
「청아는 사선이니까, 신용할 수 있어」
「사선인데?」
「분명 제대로 된 일이 되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지독한 이야기구나」
「지독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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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힘을 쌓아왔다…… 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청아는 항상 내게는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증오의 원수인 두 사람이, 어쩌면 청아를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재능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태자에게는 벌써 뛰어넘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단언했다.
적은 강대하고 성가시다. 신통력과 도를 겸비한 후토히메. 그리고 더욱 발군의 법력과 상대의 인격을 꿰뚫어보는 능력까지 덧붙인 태자. 알면 알수록 겁이 났다.
하지만 청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태자의 비정함인 듯하다.
그 분은 겸지미연하여, 너무나도 인심과 이 세상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인심장악의 유열에 빠지고, 타인을 자신의 첨병으로 삼고, 철의 방패로 삼고, 때로는 싸우게 만들어, 그것조차도 싫증내버렸다.
태자는 사람을 장기말로 삼아버린다. 그리고 장기말은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했다고 믿어버린다. 동시에 장기말이 되는 인간에게 강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버린 것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보지 않는다.
청아는 훨씬 옛날에 태자에게 아첨했던 적이 있다. 결국 성인이라 해봤자 어린이라고 얕봤기 때문에. 성숙한 여자의 몸으로 유혹도 했다.
그 결과, 청아는 태자의 마음대로 유린 당해버렸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 집요하게 파헤쳐져, 동시에 범해졌다. 먼저 손을 댄 것은 청아였는데, 마지막에는 파헤치지 말라고 간원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청아는 이제 태자와는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음이 꺾여버렸으니까. 청아라는 사선의 시작된 날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청아에겐 남편이 있었고, 14살일 때 요바이를 당했다. 그 비녀 끌을 사용해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순결을 뺏겼다. 그 뒤로 완전히 마음의 어딘가가 망가져버렸다고 중얼거렸다.
범행은 아무 것도 없었던 일이 되었고, 오히려 색이 빠져버렸다. 나중에 남편과 맺어져 부부로서 살아보기도 했다. 남편이나 아이를 사랑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구멍이 뚫린 항아리에 물이 찰리가 없다고, 예를 들었다.
청아는 마음의 그릇을 깨트리기로 했다. 시해선은, 생전의 인격이나 기억이 유지되기 힘들어 기피당하고 있었지만, 청아는 오히려 거기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마음에 뚫린 구멍도 아무 것도 모를 정도로 깨트려 부숴버리자고 생각했다. 새로운 자신이 되자고 생각했다. 곽청아는 죽고, 청아 냥냥은 태어났다. 더 이상 부서지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인간이 되었다.
청아는 의외로운 것을 말했다. 태자는 사실 패배나 파멸을 바라고 있다고. 그것도 압도적인 올바름이나, 잔꾀가 없는 본능이나, 어디까지고 순수한 진심에 쓰러져보고 싶다고. 의욕 없는 세상에서 의욕을 만들어내기 위해, 태자는 저런 증오당할 짓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 점에서 태자는 오히려 무자각하게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나, 순진하고 순종적인 것을 배척할 수 없다. 여자에게도 아이에게도 약하다. 비교적, 이긴 하지만.
과연, 모를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반은 지명수배자인 내가 그걸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내 적의를 드러내버리면 청아와 같은 실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청아는, 내게 미치라고 말했다. 미쳐서 그 녀석의 여자가 되라고 전했다. 미치광이의 인격은 욕망이 망가져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내 체액은 독이 된다. 나와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몸을 망가트려 힘을 잃고 마음은 색욕의 포로가 되어 나를 놓지 못하게 되듯이.
청아는, 내게 죽으라고 말했다. 내 기억도 인격도 엉망진창으로 부숴버리라고. 제정신을 남겨둔 채로 원수의 여자가 되는 것은 괴로울 것이라고. 목숨을 빼앗지는 않겠지만, 미야코라는 인간은 여기서 끝이라고.
청아에게 내가 좋느냐고, 물었다. 요 몇 년 함께 있으며,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었냐고 물었다. 청아는 지금까지의 유창한 말투가 거짓말인 것처럼, 말문이 막혔다.
청아는, 당신은 소중한 제 도구라고 말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좋아, 죽자. 내일, 아니 오늘밤 죽어보자. 내 몸이 조금이라도 여자일 때에. 꼭두각시로서 조종당할 가치가 있는 사이에.
청아는, 후회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후회가 없는 인생 같은 건 없다고, 나는 대답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얻어왔다. 그것이 이 목숨의 차례가 되었을 뿐이라고. 그렇네, 라고 청아는 대답했다.
내 손에 손가락을 대고, 다시 한 번, 그렇네, 라고 속삭였다.
전·미노이라츠메와 태자
「만약, 한 번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이라는 꿈을 꾸기도 한다.」
「만약, 한 번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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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후, 핫, 하윽……」
「안 되겠군」
「으?」
「너와 있으면 계속 잊어버려. 벌써 며칠이나 이렇게 있어서, 제대로 정무에도 나가지 못해」
──. ────, ────, ────.
──? ──────────────.
「카시와데 가문의 저택에서 너를 받았을 때는 잠깐만 품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
「……뭐 아내가 한 명 늘어나는 것도 좋겠지. 후토히메가 묘하게 정을 일으켜 토지코를 데리고 돌아가 버린 것도 사정이 된다. 그래서는 아이를 임신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나이니까」
────, ────……. ──, ────, ────. ?
「오, 오오, 아?」
「하지만, 미친 여자는 뒤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만, 첩으로 들이자니 귀찮아지는군. 네가 큰 병에 걸렸다고 위장하고, 세상에서 격절하는 것도 얼마나 수고스러웠는지」
……! ──! ─! ─! ────────────. ────────────!! ? ? ? ────────? ──!
「나를 만지지 마라. 하여튼, 호키키미노이라츠메라는 이름이나 말보다 먼저, 자신의 더러운 요를 처리 정도는 기억하게 해야겠군」
「히…… 히히히……」
────? ──! ──!
「망가진 인간, 인가」
────────── …….
「……음, 최근 묘하게 머리가 아프군……. 이 여자 무언가 병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으르르?」
「흥, 처음으로 안았을 때는 처녀였을 텐데……」
「오! 아아, 으가아, 아아!」
「시끄럽게 굴지 마라, 내 옷이나 홀을 물지 마라. 정말이지, 짐승이나 다름없지 않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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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거짓말 했어?
이런 건 아니야.
그 뒤로, 손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날과 차가운 날이 있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었다.
외운 시도 읊었다.
우리는 부부.
말을 배워? 아냐. 내 안에 있었어.
감정을 가져? 아냐. 그건 내 것.
이름은 당신이, 지어준 것.
청아, 거짓말, 했어?
아니면, 틀린 거야?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든다하지 않았어?
나는, 나로, 나야.
잘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가져가.
청아는 나를 상냥한 눈으로 보았어.
그 눈빛은 내게 향해진 것이 아니야.
진짜 네가, 라고 말했어. 청아가. ……그 뒤는 잊어버렸어.
진짜 너는, 나?
「청아가 준비한 선단은 3개뿐, 이라고 합니다.」
「세 개……?」
「저와 후토와 그리고 단 한 명뿐, 미래에 부부로 같이 살 자를 선택하라는 겁니다.」
당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요.
「즉, 나는 당신과 토지코 중 한 쪽을 선택해야만하게 되었습니다.」
토지코…… 토지코. 선택할 사람. 선택받게 되어있는 사람. 내가 그렇게 할 사람.
「이 이야기도 벌써 몇 번째인지」
「우?」
「저는 토지코와 당신에게 심한 짓을 했습니다.」
평소의 슬픈 눈.
「토지코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제게는 사람의 욕망이 들립니다.」
……여보.
「저는 그저 사리사욕을 위해,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토지코 자신의 마음을 조종해 심취시켜 사랑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손으로 제가 없으면 살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여보」
「저를 연모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행복한 노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나는, 아마도 알고 있다. 당신의 말이 머릿속에서 술렁거린다.
「저는 토지코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귀찮으면 카마히메처럼 부모자식 함께 어둠 속에 묻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에요」
「맞습니다. 당신조차도 성욕의 배출구로 삼았습니다──」
나는 지금이 다르다면, 됐다.
아기, 잔뜩 낳았죠.
먹으면, 안 됐었죠.
「사람의 욕망을 읽으면 누구나 모두 뒤에서 꺼림칙함과 더러움을 품고 있었고, 저는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지독하게 혐오했습니다.」
「아, 으……」
「그러니까 선인으로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려 하다가…… 사람만도 못한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별로, 이 말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말이죠, 가짜 사랑을 쏟은 이 제게, 토지코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진짜 사랑을 돌려주었습니다. 의심하는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기에. 지금까지 그녀를 속인 수만큼 돌려주었습니다.」
토지…… 코.
「저는 토지코와 당신에게 해온 처사를 크게 부끄러워하게 됐습니다.」
「아, 아」
「그날 밤 처음으로 저는 당신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여보, 놀아요, 자, 자. 바깥에서 놀아요. 꽃을」
「……언젠가 그렇게 하고 싶군요, 미노이라츠메」
미노이라츠메…… 미…….
「저는 인간을 초월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저,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이 젖고 있다. 핥으니, 짜다. 안기니, 따뜻하다. 입을 맞추니, 녹을 것 같다.
「짐승이나 다름없었던 당신을 인간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면, 나도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건……」
「저는 마지막으로 인간이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사람은 사람, 사람이 아닌 것은 될 수 없어요, 되지 못해요. 될 수 없었어요. 될 수 없었어요…… 당신은 사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항상 뚜껑이 덮여 말할 수 없다.
「당신과 만나고 마음의 귀가 멀어져버렸습니다만, 지금은 이 조용함이 기쁩니다.」
청아, 듣고 있잖아. 그게 나, 청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청아는 나를 위해, 내 마음을 이루어줄 거라고.
……청아, 거짓말, 했어?
거짓말 하고, 그대로, 속이고 있는 거야?
속이고, 속이고, 영원히 속이는 거야?
그렇다면 행복해.
청아, 너도 슬픈 사람. 네가, 만약 네가 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가장 네가 슬프겠지.
목소리를 원해, 자유로운 목소리를 원해. 네게 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원해.
하지만 같은 목소리니까, 분명 너는 모를 거야.
「당신── 당신은, 변했어요.」
「그런가요.」
「저도…… 변해버렸어요……」
그래, 기억났어, 이건 눈물이라고 하는 거야.
당신이 흘린 것과 같은, 뜨거운 마음의 피.
아, 아, 아, 아, 아, 아, 빙글. 빙글.
안 돼, 이 말은, 안 돼, 청아. 청아!
「토지코를 선택해줘요」
「……에?」
「대신에 마지막 밤, 함께」
「당신은, 그런」
「함께 있고 싶어요……」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청아의 목소리.
「그런가── 저는 당신의 말을, 이용하게, 되겠지요.」
「괜찮아요.」
「미안합니다. 그런 것을 당신에게, 말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코 말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결·토지코와 요시카
「──사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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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코, 내 목을 조르는 네 손은 따뜻하다.
아마도 나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 때는 머리도 짧았으니까.
토지코, 너는 나쁘지 않다.
너는 필사적으로 행복을 움켜쥐려했을 뿐.
나는 너를 지키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괴롭히고 말았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살 수 없는 이들이었다.
슬프구나. 이 독은, 네게 다가간 나에 대한 벌인 것일까.
더 이상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거면 된 것이다.
자유롭다면, 나는 분명 말해선 안 될 것을 말해버리겠지.
토지코, 그 때 말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이야말로 말하마.
네게 막아진 입은, 짓눌린 목은, 분명 그 한 소리도 네게 전하지 못하고 끝나겠지.
나는, 네 언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친자매다.
나는, 아버지와 딸의 아이였던 것이다.
내 아버지 니에코는, 자신의 딸인 카마히메와 관계를 맺어버렸다.
그렇게 내가 태어났다.
자매와 나이가 동떨어져 있던 것도, 모노노베에서도 배척당한 것도, 내가 화근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내 언니이자 어머니인 카마히메도 역시, 모노노베를 따르지 않으려고 했다. 그 때, 우연히도 소가노 우마코가 인질로서 아내를 원했기 때문에, 카마히메가 보내졌다.
더렵혀진 여자를 소가의 우두머리의 아내로 삼아서야 드디어, 모노노베의 녀석들은 비웃었다.
분명 카마히메에겐 힘들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네가, 토지코가 태어났다.
토지코, 우리는 같은 젖을 먹으며 자랐는데, 왜 이렇게도 엇갈리게 되어버린 것일까.
같은 피를 나누었는데, 왜 이런 결말이 되어버린 걸까.
같은 처지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같은 사람을 사랑해버렸기 때문일까?
죽는 것은 두렵구나.
죽는 것은 두려워
나 자신이 내가 아니게 되는 게 두렵다.
그보다 백 배, 네 손을 더럽히는 것이 두렵다.
그보다 만 배, 네가 죽는 것이 두렵다.
토지코.
나는 죽으면 천국에서 살 수 있다고 배웠다.
너는 내세라고 배웠는가?
종교가 다르면 같은 장소에 갈 수 없는 걸까.
정말로 그런 걸까.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함께 있고 싶구나.
그 때는 너를 지키며 살겠다.
너와 함께, 지켜야할 것을 지키며 살겠다.
천 개의 칼날도, 억 개의 악의도, 모두 이 몸 하나로 막아주마.
무수한 망각이 너를 텅 비게 만들어도, 나는 변함없이──.
현세에서, 계속 방황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지코.
아름다워졌구나.
그 사람을 사랑해주어서 고맙다.
나를 증오해주어서 고맙다.
하다못해 보답으로, 나는──.
너희들을 모두 먹어버리겠어.
「요시카, 일어나」
「……」
「부적, 또 떨어졌잖니」
[Carcharias!] 소가노 토지코는 말하지 않는다 번외편 ~ 미야코 요시카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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